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송현정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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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연예인, 여행하는 연예인이다. / p.10

여행을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말 그대로이다. 이곳저곳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정신과 몸이 따르지 않는다. 이상으로는 국내와 해외를 누비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싶다. 현실은 극강의 내향형이기에 새로운 환경에서는 설렘보다는 불안, 활기보다는 피곤을 느낀다는 뜻이다. 흔한 말로 기가 빨리는 체질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하라다 마하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제목만 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감각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영상으로 시각과 청각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해도 후각과 촉각, 분위기 등 많은 것들은 직접 느끼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마치 여행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의문점으로부터 시작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오카 에리카라는 인물이다. 아이돌 가수로 반짝 활동했지만 현재는 프로그램 하나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밥벌이를 할 정도로의 수준의 여행 프로그램이었는데 후원하는 회사의 이름을 잘못 말하면서 그것조차도 하차 통보를 받는다. 당장 밥줄이 끊긴 상황에서 오카 에리카의 프로그램 즐겨 보던 한 시청자로부터 묘한 제안을 하나 받게 되면서 펼쳐진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너무나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일이어서 고도의 상상력을 요구한다거나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 너무 흥미로웠다. 사실 읽으면서 KBS 채널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한 코너가 떠올랐다. 아마 주인공은 이와 비슷한 인물일 것이고,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 그래서 더욱 현실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대략 두 시간 정도에 완독이 가능했다.

오카 에리카에게 부탁한 인물은 딸의 어머니였는데 딸은 병석에 누워 있었던 사람이었다. 과거에는 보통의 젊은 사람들처럼 꽃을 보러 다녔지만 증상이 나타난 이후로는 마음과 달리 몸은 여행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읽으면서 스스로 가진 의문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가진 생각이 신체가 자연스러운 사람으로서의 오만이지 않을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행을 왜 대신해 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힐링 소재 중 하나로서 생각했지만 지극히 사적으로는 생각의 폭을 조금 더 넓혀 주었던 작품이었다. 오카 에리카에게는 자신이 겪은 어려운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용기를, 신청자의 딸에게는 당연시 여기던 생각이 그릇되었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가끔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무언가를 깨우치게 된다는 점이 소설 읽기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주었던 이야기여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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