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대소동 - 묫자리 사수 궐기 대회
가키야 미우 지음, 김양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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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 p.18

이 책은 가키야 미우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아무래도 올해 연이어 두 번의 상을 치르고 나니 자연스럽게 제목에서부터 관심이 생겨 선택한 책이다. 요즈음 가족과 나누는 이야기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묘 이장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어서 생각만 하고 있는 지점이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그렇게 흐르게 된다. 파묘를 주제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그 할머니께서는 딸에게 하나의 유언을 남겼는데 그 유언으로 집안이 뒤집어진다. 시댁의 가족 묘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따로 수목장을 하라는 내용이었고, 딸은 다른 형제들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할머니의 남편은 이를 반대하고 있으며, 자식 입장에서도 참 난감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가족 묘에 들어가기 위해 이미 준비까지 끝났고, 49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가족들은 성씨에 대한 문제가 있는데 이를 각각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다. 아마 대한민국도 일본과 비슷한 문화권을 가지고 있기에 가족 묘를 두고 있는 집안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나의 입장에서 몰입이 되어 읽었다. 적당한 두께의 작품이어서 두 시간 정도에 완독이 가능했다. 어떻게 보면 가족 시트콤 같으면서도 이슈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오히려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현실적인 부분이 인상 깊었다. 초반에는 가족들의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몰입하다가 중후반부에는 할머니의 시점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께서 유언하신 이유를 생각했는데 아마 죽은 이후의 세계에서도 시집살이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 같다는 추측이었다. 며느리는 출가외인이기에 자연스럽게 시가의 구성원으로 들어오지만 결론적으로는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남일 텐데 사회에서 너무 과도한 책임을 지우지 않나 싶었다.

거기에 대한민국에는 없는 제도가 하나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더욱 흥미로웠다. 그것은 바로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이다. 요즈음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거나 부모님의 성을 같이 섞어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까지 체감하지 못했는데 내용은 참 흥미로웠다. 할머니의 손녀들은 이 제도로 파혼을 맞이했다.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겠다는 이야기에 남자 친구들이 거절했던 것이다. 성을 바꾼다고 해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내 핏줄을 지우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기괴한 느낌을 받았다.

읽는 내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적는 것이 맞을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재미있게 잘 읽은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스토리를 떠나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유쾌하거나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고 딸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감정마저 들었다. 지극히 사적인 생각이지만 아들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진다. 책의 감상을 조금 더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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