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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의 시대
이석용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평점 :
T는 머리를 떨어뜨릴 것처럼 난간 너머로 상체를 내밀었다. / p.7
이 책은 이석용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K-스토리 공모전이 취향에 맞았기에 최우수상작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악의 고해소>라는 작품도 더운 날씨에 많은 만족을 주었다. 올해 수상작들을 하나씩 독파하면서 취향에 맞는다면 아마 앞으로 믿고 읽는 수상작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었다. 현대 시대에 맞는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T라는 인물이다. 어느 국회의원의 공약으로 최면술이 하나의 복지 제도가 되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최면술을 통해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는 최면술의 단계가 있는데 T는 높은 단계의 최면술이면서 부임된 지역에서는 유일하기도 하다. 읍 단위의 작은 지역에 배정이 된 T는 갑작스러운 박련섬 할머니의 자살 사건을 보게 된다. 박련섬 할머니는 최면 복지 제도에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지만 T와의 라포 형성으로 점차 마음을 열어간 분 중 하나다.
술술 읽히면서도 그만큼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문체나 스토리 자체는 흥미로웠다. 나도 모르게 스토리에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T라는 인물이 마치 나의 상황처럼 몰입이 되다 보니 박련섬 할머니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고 있었고, 이를 찾으려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허구의 스토리여서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뭔가 모르게 현재처럼 느껴져서 더욱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T라는 인물이 가진 직업에 집중하면서 읽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T가 마치 나의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최면술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복지를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직업 자체가 사회복지사이다 보니 이들이 이용자라고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라포 형성을 하고, 기술을 실천하는지 눈여겨 보게 되었다. 사실 현장에서는 비협조적인 이용자를 협조하게 만드는 게 하나의 문제이기에 최면술을 하는 이야기보다는 박련섬 할머니에게 다가가는 이야기가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최면술이 복지 제도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혼자의 상상을 하게 되었다. 웰빙처럼 웰다잉이 하나의 트렌드로 복지현장을 스친 적이 있었고, 지금도 노인복지 현장에서는 잘 죽는 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흥미로운 관점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웰다잉의 수단으로 최면술이 사회복지현장에서 쓰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수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그냥 SF 소설과 비슷하게 다가왔다.
초반에는 스릴러 장르의 재미를 느끼고 싶어 선택했는데 직업인이어서 무겁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그랬기에 더욱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동안 다른 직업군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복지현장의 이야기를 다룬다거나 복지 이슈가 주제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는데 이를 주제로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 뭔가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측면에서 다시 재독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