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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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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야 죽일 수 없다. 어떻게 죽였는가? / p.17
이 책은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님의 성함은 너무 익히 들었다. <흑뢰성>, <추산오단장>, <덧 없는 양들의 축연>, <I의 비극>까지 번역된 작품이 많아서 서점에서도 너무 익숙하게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두세 권 정도는 이미 소장을 하고 있을 정도로 친숙한 작가님인데 이상하게 작품은 아예 읽지도 못했다. 그동안 우선순위에 밀려 접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이번 신작 소식을 접하고 읽자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장편소설로 구분되지만 각각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가쓰라라는 인물이다. 가쓰라는 경찰이면서 매우 유능한 듯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과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 지점이 다른 경찰들과 윗선에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범인을 체포한다거나 사건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크게 제재를 하지를 않는다.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고 맡기기도 한다. 가쓰라와 그의 팀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다룬다.
작품으로는 처음 접하다 보니 기대와 동시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일본 작품의 특성상 안 맞으면 끝까지 안 맞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겁을 먹은 탓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짧은 호흡에 완독할 수 있었다. 장편소설이기는 하지만 연작 소설처럼 전개가 되다 보니 단편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로서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거기에 매 스토리에 연결이 되는 부분들이어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금방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목숨빚>이라는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어느 공원에 인간의 절단된 왼쪽 팔이 발견된다. 톱으로 자른 흔적이 보였고, 가쓰라와 그의 팀이 사건을 맡는다. 군데군데 떨어진 곳에 다른 절단 사체들을 토대로 살해된 인물을 알게 된다. 조사하던 중 한 사람을 용의자로 특정했고, 그는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은 점들을 발견한다. 시체를 왜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 유기했으며, 용의자는 아무리 봐도 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용의자의 딸마저도 그가 살해한 것이 아니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결말을 읽고 가장 소름이 돋았던 부분이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 유기한 이유를 범죄자의 과시 정도로 생각했었던 탓이다. 자신이 그만큼 사람을 살해할 능력을 가진, 어떻게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범죄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들은 기억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용의자의 상태에 의문이 들었는데 결말을 읽고나자마자 그에게 연민이 들었다. 범죄자에게 연민이 든다는 게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류의 사건들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
전반적으로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가 되다 보니 오히려 편안했다. 그러면서 가쓰라 형사의 대단한 능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싶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미제라고 느낄 사건들조차도 자신의 감으로 해결한다는 점이 부러웠다. 형사이기 이전에 어느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천생 경찰이겠구나 싶었다. 아무리 불편한 성격을 가진 상사여도 이렇게 배울 능력이 있다면 오래 붙어 있지 않을까. 가쓰라의 매력이 풍겼던 그런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