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누아르 달달북다 3
한정현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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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그 여가수를 참 좋아했다. / p.9

이 책은 한정현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달달 북다 시리즈를 이번에 세 번째로 읽게 된다. 첫 번째의 김화진 작가님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은 이후로 시리즈 발간을 기대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칙릿이라는 주제로 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선택했다. 한정현 작가님의 작품은 에세이로만 접했을 뿐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갔다. 주변에서 호불호가 명확한 작품이 많다는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선이라는 인물이다. 선은 한 공장에서 경리를 맡고 있다. 그곳에서 미쓰 리라는 한 언니를 알게 된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던 80년대 중후반의 공장에서 미쓰 리는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미쓰 리는 그런 여성상을 기대하는 사회에서 당찼는데 선은 그녀를 보면서 동경의 시선을 보낸다. 어느 날, 미쓰 리는 선에게 자신이 집필한 소설 종이 뭉치를 전달한다. 장르는 누아르. 현실과 다른 여성이 등장했던 작품이었는데 선 역시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짧은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이지만 더디게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사적인 취향으로 누아르라는 장르와는 조금 거리가 먼 편이어서 심리적인 벽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 작품은 누아르와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거리감이 있었다. 초반에는 느릿느릿 이해하면서 읽었는데 중후반부에 이야기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한 이후로부터는 후루룩 완독이 가능했다. 문체나 서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스스로 기대하는 이야기에 겁을 먹었다. 내용은 충분히 흥미로우면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현실적이면서도 평범한 영웅의 이야기인 듯해서 이 지점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여성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답이 없었을 시기에 미쓰 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생각했던 여성상과는 조금 다른 인물이어서 어느 측면에서는 영웅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느 누가 회사에서 웃지 말라고 조언하겠는가. 그것도 웃으면 임신 아니면 낙태라는 매운맛 한마디를 말이다. 지금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몇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뭔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의 이야기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께 공장에서는 이름보다 미쓰 ○으로 불리는 일이 많았다고 들었다. 또한, 인격체보다는 하나의 부품처럼 느껴졌다고도 말씀하셨다. 지금도 많은 직장인들이 부속품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때 당시 공장의 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다. 거기에 형제자매가 많은 집에서 돈을 벌기 위해 노동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안에서 사랑을 만날 수 있지만 사랑과 일이 동일 선상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이었던 그 사회. 그 시절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저렸다.

그밖에도 가수 심수봉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을 비롯해 경험하지 못했지만 매체로 많이 봐서 흥미로웠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주변 지인들로부터 호불호가 명확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나 역시도 에세이부터 매웠던 것으로 기억하다 보니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게 조금 주저함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매우면서도 뭔가 재미있었다. 선과 미쓰 리의 이야기가 마치 과거 그 시절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었던 이야기여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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