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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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도망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 p.7

이 책은 메리 쿠비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시기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 여자들>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여성 두 명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끌고 간다는 점에서 꽤 인상 깊게 남았던 작품이었다.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지금처럼 좋아하지 않았고, 영미권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디게 읽혀졌을 텐데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머리에 남았다면 그만큼 취향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신작을 선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크게 네 명이다. 아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습관성 유산으로 힘들어하는 릴리와 크리스티안,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니나와 제이크 부부이다. 니나는 어느 순간 소리도 없이 남편이 사라진 사건으로 일상생활이 크게 흔들린다. 전날, 남편과 크게 다투었기 때문에 귀가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아마 부부싸움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라진 남편의 흔적을 찾아가면서 시력이 안 좋은 어머니를 간병하는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크리스티안은 입덧으로 고생하고 있는 릴리에게 헌신적이다. 누가 봐도 자상한 남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티안의 일상생활을 뒤흔들 일이 벌어진다. 릴리가 크리스티안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이웃집 주민이자 직장 동료 니나의 남편인 제이크를 돌로 죽였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도 충격을 받았지만 크리스티안은 아내인 릴리를 교도소로 보낼 수 없기에 이 사건을 은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정신이 없는 릴리를 진정시키면서 남편으로서 아내를 지킨다.

꽤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작품이었음에도 새벽에 일어나 세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할 수 있었다. 추리 스릴러 장르에 흥미를 붙이면서 조금 속도감이 생기기도 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토리에 파묻혔다. 처음부터 등장인물 네 명이 등장하다 보니 평소대로 읽다 보면 조금 헷갈릴 법도 한데 그런 일 없이 후루룩 읽었다. 그만큼 흥미로운 장치나 지점들이 많아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문체나 번역이나 크게 거슬리는 내용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머리를 관통하는 질문이 있었다. '과연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범죄를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지점이었다. 요즈음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또 다른 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기억하는 인터뷰 기사를 종종 읽는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떻게 범법자를 이렇게 옹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의 댓글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내 주변의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그 사람과 손절한다거나 비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모습이 겹쳐졌다.

사랑하는 아내이지만 그전에 살인을 저질렀던 한 명의 범죄자로서 크리스티안처럼 이를 숨기기 위해 동조했을지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은 절반은 그렇다, 절반은 아니다이다. 범죄를 숨길 수는 있겠지만 이를 삭제시키기 위해 크리스티안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단지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그 정도 선이지 않을까. 물론, 이 또한 잘못된 행동임을 인식한다면 고민하다가 몰래 신고를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편 제이크를 찾는 니나의 노력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릴리와 크리스티안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흥미 위주의 추리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느끼면서 지극히 사적인 이슈에 대한 생각까지 나름의 범위를 넓힐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마 전작이었던 <사라지지 않는 여자들> 역시도 비슷하게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메리 쿠리카라는 작가의 작품이 적어도 내 취향 스타일과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는 확신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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