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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인류 보고서 -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
김퇴사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8월
평점 :

퇴사시그널 감지! 긴급탈출 이닷! / p.17
직장인이라면 마음에 누구나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하지만 요즈음 퇴사 생각이 너무 간절하다. 입버릇처럼 상사 되시는 분께 퇴사할 것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내 구인 게시글을 틈만 나면 검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만간 아예 사직서를 실물로 작성하고 행동에 옮기든 비싼 물건을 하나 구매해 금융 치료를 받든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김퇴사 작가님의 웹툰이다. 사실 그렇게 웹툰을 즐겨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블로그로 이렇게 작성한 리뷰 중 웹툰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심지어 아직 작성하지 않은 작품들까지 포함해도 한 다섯 권도 채 되지 않는 듯하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게 봄에 읽었던 이창현 작가님과 유희 작가님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이라는 웹툰이었는데 일 년에 많아야 한두 권 정도 읽는 듯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너무 공감이 될 듯해서 선택했다. 이번 작품까지 포함하면 올해에는 총 세 권을 읽으니 그나마 평균보다는 많이 읽게 되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이야기이다. 웹툰이라고는 하지만 한 컷 분량의 짧은 만화가 그려져 있으며, 직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못했을 때에는 책임을 묻지만 잘했을 때에는 공을 가로채는 상사, 오래 버텨 존경스럽다는 후배의 이야기에 퇴사를 한 것이 아닌 못하는 것이었던 선배, 아침마다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병가를 낼 궁리를 하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아주 직관적인 오피스 라이프를 다루었다.
너무 술술 읽혀졌다. 만화이기 때문에 굳이 문체나 줄거리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단편 하나씩 끝나는 책이기 때문에 그렇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내용 자체가 직관적으로 딱딱 끊어지기 때문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회사에서 읽었더라면 분명히 눈총을 받았을 것이 분명했기에 퇴근 이후 방에서 읽었는데 한 삼십 분 정도 읽었던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그 이전에 완독이 가능했겠지만 너무 공감한 나머지 재미있는 부분을 다시 돌려 읽느라 삼십 분이나 걸렸다. 직장인 독서가라면 너무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지 않을까.
단순하게 MZ 세대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잡았더라면 너무 공감이 되었을 것이고, 상사의 기준에서 그려진 작품이었다면 공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적절하게 직장인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서 그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말하는 꼰대 상사의 앞뒤 안 맞는 업무 지시뿐만 아니라 너무 자유분방해서 컨트롤이 되지 않는 신입의 엉뚱한 업무 해결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막내이자 6년차 직장인으로서 양쪽에 다 이입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강해져서 이를 누르느라 진땀을 뺐다.
완독한 이후 작가님의 SNS 계정을 팔로우했고, 그 중 하나를 메신저 계정의 프로필 사진으로 수정하기까지 했다. 사실 더욱 마음이 갔던 내용은 따로 있었지만 그것을 지정한다면 돌아올 수 없는 파국의 강을 건널 듯해서 겨우 스스로와 타협했다. 또한, 퇴사 동기가 될 친한 친구에게 책을 선물로 보냈다. 같이 퇴사 후 재독까지 하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이를 진심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월급이라는 자본주의에 발목 잡힌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