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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카의 거짓말
에미코 진 지음, 김나연 옮김 / 모모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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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페니라고 하는데요. 페넬로페 캘빈이요. 제가 그쪽 딸인 것 같아요. / p.24
세상에 완벽한 거짓말은 없다고 믿는 편이다. 마치 완전 범죄가 없듯 완벽 거짓말 또한 없는 것이다. 지금 완벽 범죄들이라고 믿는 미제 사건들은 과학의 발달이 그만큼 따라오지 않았던 시기에 들키지 않아서 너무 운 좋게 그런 타이틀을 얻은 것일 뿐 범죄는 세월이 지나면 어떻게든 밝혀진다고 믿는다. 그것보다 더 쉽게 밝혀지는 것은 완벽하다고 믿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거짓말이든 완벽함은 없고 언젠가는 밝혀진다. 그게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해도 말이다. 적어도 나의 생각은 그렇다.
이 책은 에미코 진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완벽한 거짓말에 대한 연장선으로 읽게 된 책이다. 소설에서는 완벽하게 거짓말을 한다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카라는 주인공은 대체 어떤 완벽한 거짓말을 누구에게 하려고 했을까. 제목만 본다면 뭔가 추리 스릴러 장르의 범죄를 떠오르기 마련인데 표지를 보니 또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미 소설에 흥미가 없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미카이다. 직장에서도 잘리고, 연애도 그렇게 평탄하지 못한 삼십 대 중반의 여성이다. 거기다 자신의 집이 아닌 친구의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신세인 미카에게는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어느 날, 페니라는 이름의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페니는 다름 아닌 자신이 입양 보낸 딸이었던 것이다. 페니는 어머니인 미카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이렇게 초라하게 살고 있는 미카는 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완벽한 거짓말로 페니에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로 한다. 과연 미카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페니는 어머니의 잘 사는 모습을 보게 될까.
두꺼운 페이지 수의 영미 소설이라는 특성상 술술 읽힐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걱정이 되었던 지점이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술술 읽혀졌다.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소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을 소재는 아니라는 점에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어느 인물에게는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문체나 번역도 그렇게까지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는데 그 부분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타입이다 보니 더욱 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거짓말을 믿지 않을 뿐더러 거짓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게 있지만 그것조차도 선호하지 않는다. 미카의 거짓말이 어떻게 보면 페니에게 선의의 거짓말이 될 텐데 처음에 읽으면서 이 부분을 비판적으로 생각했었다. 미카의 생각과 감정은 이해가 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페니에게는 거짓으로 입혀진 친어머니 미카를 알게 된다면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던 탓이다. 그렇다 보니 읽는 내내 한 명의 딸로서 페니에게 더욱 몰입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비판은 흐려지고 미카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완벽한 거짓말은 없지만 소설에서만큼은 페니가 영영 모르고 살았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면서 거짓말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기도 했다. 적어도 이 소설에서만큼은 말이다. 또한, 그동안 이민자가 작가였던 작품들로 경험하지 못했던 이민자의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혀 주었는데 이 작품이 그랬다. 어머니를 떠나 다른 세상에 정착하게 된 페니의 이야기로 감정적으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해 주었던 이야기여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