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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평점 :

하지만 꿈속에서 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13번 좌석을 지나쳐 버렸고, 결국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 p.16
이 책은 레이첼 아비브라는 미국 저널리스트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도서이다. 소설과 에세이를 가장 많이 읽는 편이지만 흔히 비문학이라고 불리는 장르 중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가 사회학과 심리학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전공과 직업에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늘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책들을 찾아서 읽는 편인데 유독 시선이 꽂히는 분야가 정신분석학이다. 자주 읽기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좋은 책을 고르는 스킬이 부족하지만 늘 관심을 가지고 보는 편이다. 선택한 것도 그 이유의 연장선이다.
책에는 총 여섯 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프롤로그에는 저자인 레이첼 아비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고, 다양한 이유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게 의학으로 판단이 내려진 이들이지만 결코 진단명만으로 볼 수 없는 여섯 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회적, 환경적, 그밖의 기타 맥락에서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만 했는지 또는 어떻게 이겨냈는지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다. 문체나 내용의 문제이기보다는 읽는 내내 조금 고통스러웠다.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이 그대로 활자로 드러난 느낌을 받았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 하나하나가 불편하면서도 사회의 단편적으로 판단하려는 성향들이 그대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이는 꼭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들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논픽션이기에 어쩌면 당연했을 현실감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계급이 원인이 되어 조현병을 얻었던 바푸의 사례와 인종의 차별로 양극성장애 판정을 받았던 나오미의 사례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사실 정신질환을 겪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렇게까지 사회적인 맥락이나 환경을 생각하지 않기 마련이다. 나조차도 유전을 비롯해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를 보았는데 넓은 차원에서 능력이 있음에도 사회적인 차별이나 멸시 등으로 정신질환을 얻게 되었던 이들의 모습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늘 입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충격의 연속이었다. 나조차도 우울이나 불안 등 환경적인 이유로 경험하고 있음에도 정신질환을 받았던 이들을 왜 개인적인 질병으로 생각했을까. 그동안 납작하게 봤던 새로운 시각을 깨우쳐 준 책이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밑줄을 그으면서 다시 되새기고 싶었다. 그만큼 많은 깨우침을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