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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평점 :

자식 하나 낳았단 이유만으로 그렇게 나쁜 사람이 될 거라면. / p.155
이 책은 설재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으로 읽었던 <그 변기의 역학>이라는 작품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환경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감정이 많은 공감이 되었다. 물론, 주인공처럼 불안한 거주 환경을 겪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주변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재미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나, 원청, 지택이라는 인물이다. 모두 초등학교 5학년생이다. 지나와 원청은 어머니까지 친했던 동네 친구였으며, 지택이 학교로 전학오게 된다. 지택은 어떻게 보면 조금 특이한 인물이었다.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채식주의자였으며, 철학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나와 원청은 지택과 함께 어울리며 추억을 쌓는다. 어느 날, 친구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계란프라이 자판기에 대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세 친구는 지나가 과거 살던 한란광역시를 찾아가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는 여정을 어른 몰래 떠난다.
소설이지만 읽기 어려웠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구성상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제대로 이해한 것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거기에 주인공 지나, 원청, 지택 외에 점점 다른 등장인물들이 떠오르면서 이들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토리는 너무나 흥미로웠지만 인물의 특성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들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400 페이지의 수를 가진 작품을 읽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개인적으로 스토리가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한국 사회에 뿌리 박힌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깊게 생각했다. 요즈음 농어촌 지역에서는 왕따를 당한 친구가 한국 부모를 둔 한국인이고, 대다수가 다문화 가정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문제들을 뉴스에서 보고 접했다. 또한, 과거 근무하는 직장에서도 농촌 지역에서 부모님 중 한 분이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이 많을 정도로 주류 사회로 흘러가는 추세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작품에서 지택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다. 어머니께서는 태어난 나라에서는 인정받았던 의료 지식을 갖추었음에도 사람들은 이를 멸시한다. 어차피 가난한 나라에서 배워봤자 얼마나 배웠겠냐는 조롱이자 비아냥이었다. 비단 지나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친구인 지나의 어머니도 딸이 지택과 어울려 다니면서 나쁜 물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된 지나가 애인을 만나고 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 지점에서 지나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사상을 이어받지 않았을까 싶었다. 읽는 내내 뭔가 답답함을 느꼈다.
읽는 내내 이 초점에 맞추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다문화 친화적인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편견을 경계하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과연 내가 지나와 지나 부모님, 다른 한국인들과 비슷한 시각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반성이 들었다. 인식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무언가 걸리는 지점들이 있었다. 스토리보다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더욱 와닿았던 소설이어서 그게 가장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