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모님의 선견지명이 고마웠다. 그리고 진저리 나게 미웠다. / p.20

이 책은 아밀 작가님과 김종일 작가님의 단편소설 작품집이다. 아밀 작가님의 이름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예전에 모 출판사에서 발간된 여성을 주제로 한 앤솔로지 작품집을 읽은 기억이 있다. 당시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렸는데 다른 작품들보다 아밀 작가님의 작품이 유독 강렬하게 남았다. 이후 신작 장편소설도 지극히 사적인 취향에 너무 잘 맞았던 터라 그 작품 하나만 믿고 선택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두 작가님의 작품이 각각 한 편씩 실려 있다. 작품 안에는 두 세계관을 공통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읽은 독자들이라면 알아챌 수 있는 요소들이 드문드문 있다. 그 지점을 찾는 재미 또한 꽤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둔한 편에 속한 나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내 읽기만 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그 지점도 흥미로웠다.

아밀 작가님의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은진이라는 인물이다. 부모님께서 조금씩 재산을 물려 주셔서 나름 유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에게는 동우라는 이름의 남편이 있다. 넉살 좋은 남자이기는 하지만 은진의 부모님께서는 결혼을 반대했고, 부모님 없이 조금은 특별하게 결혼식을 치룬다. 친구의 가시 돋힌 말과 언니의 태도에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사랑하기에 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던 중 동우가 친구와 하는 전화 내용을 듣고 싸우던 중 동우가 죽고 만다. 모르는 한 노파의 도움으로 죽은 동우가 살아났는데 특별한 모습이 은진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김종일 작가님의 <해마>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회영이라는 인물이다. 회영에게는 의사이자 성격까지 좋은 남편이 있다. 자신에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다정다감한 스타일이며, 시댁 역시도 몸이 안 좋은 회영에게 한약까지 보낼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회영과 남편이 운전하고 가는 도중 불법 유턴한 차량에 사고를 당했는데 이후 회영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남편은 회영을 감시하고, 사고를 낸 차주의 애인은 회영을 찾아와 남편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조금씩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남편, 그리고 차량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전반적으로 몰입도가 좋은 작품들이었다. 한 호흡에 세 시간 정도에 완독했는데 긴장감을 주고 있는 스토리라는 점이 크게 한몫했다. 거기에 허무맹랑한 소재들이 드문드문 등장하기는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부부라든지,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한 커플이라든지 인물들의 관계 자체가 나름 현실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취향에 맞았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아밀 작가님의 작품은 생각할 지점을 주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작품에 등장한 은진은 누가 봐도 돈만 가진 인물처럼 보였다. 못생기고, 뚱뚱한 체형으로 대한민국의 여성 미적인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 사람이지만 직업은 미학자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듯했다. 물론, 돈이 있는 사람이기에 그게 보통의 사람들에 비하면 덜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은진의 피해의식이나 컴플렉스 이야기로, 더 나아가자면 대한민국이 가진 비정상적인 시선을 잘 꼬집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강렬했다.

반면, 김종일 작가님의 작품은 재미로 후루룩 읽히기 좋았다.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양육으로 정신적으로 문제를 가진 회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남편과 회영 중 해마의 비밀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BMW 차주의 여자 친구의 이야기가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내내 긴장하면서 읽었다는 측면에서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몰입도 측면에서는 이 작품이 더욱 강했다.

무더운 여름에 딱 어울리는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를 둘러보게 될 정도의 공포는 아니었지만 읽는 내내 작품에서 주는 현실감이 너무 소름 돋게 와닿아 시원함을 느꼈다. 거기에 두 작품의 공통점을 찾는 일 또한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 한다. 조금만 눈치가 빠른 편이었어도 금방 캐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던 작품이기는 했지만 다른 이들에게 여름의 추천 도서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책일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