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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ㅣ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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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계율이었다. / p.9
이 책은 유키 하루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방주>라는 작품을 미루다 얼마 전에 읽었다. 종교 자체에 큰 지식이 없던 터라 성경의 이야기가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 그동안 읽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심지어 몇 번 시도했다 실패했던 기억도 있다. 아무 생각없이 선택해 흥미 위주로 다시 시작한 책이었는데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바로 선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리에라는 인물이다. 예대 입시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그게 막상 생각처럼 되지 않은 듯하다.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던 중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유산이었던 섬을 아버지와 방문하게 된다. 주 목적은 섬의 리조트 개발 건이었는데 리조트 개발을 위한 부동산,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담당자들과 함께 섬에 도착한다. 기존 1박 2일 간 묵을 예정이었으나, 일행 중 한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서 범인의 편지를 받는다. 범인은 사흘동안 이들을 섬에 가두었고, 말도 안 되는 규율을 주문한다.
사실 전작보다 더욱 술술 읽혀졌다. 그렇다고 전작이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작품이 지극히 사적인 취향에 맞았던 탓이었다. 번역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고,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어서 추리 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 읽었다. 완독하는 데 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아마 추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본능에 이끌려 읽었다. 분명 작품에서는 '살인범을 알아내지 말 것.'이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리에의 입장에서 범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리에와 가까이 지냈던 한 사람의 인물에 더욱 감정적으로 이입했다. 초반에는 범인이 하지 말라는 일에 굳이 눈치를 보면서 리에 부자와 함께 흔적을 찾는 지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갈수록 궁금했다. 그 심정이 너무 이해가 갔다. 청개구리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명령과 다르게 움직이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결말이 드러났을 때에는 조금 뒷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추리 스릴러 장르를 그렇게까지 즐기면서 읽는 편이 아니어서 생각하지 못한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범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딱히 누군가를 딱 정하지는 않았던 터라 정체가 드러났을 때에는 약간 속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결말이 그만큼 지극히 사적으로 그린 그림과 많이 벗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닫힌 공간 내에서 범인이 있다는 점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전개 자체는 다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범인을 밝혀야만 했던 전작, 범인을 밝힐 수 없는 이번 작품.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이렇게 매력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던 작품이었다. 온전히 빠져서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던,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시원한 느낌을 주었던 소설이어서 앞으로 유키 하루오라는 작가의 작품은 믿고 읽을 수 있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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