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바닥 -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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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남기고 벽돌을 깐 상점가 도로를 지나 246번 국도 방면으로 사라져 갔다. / p.12

이 책은 이케이도 준이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종종 언급한 적이 있다. 너무나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게 나누어진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호에 가까운 편이었다. 읽는 내내 편안했지만 정작 완독하고 나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 작품들이 많아서 이런 느낌을 선호했는데 이번에 초기작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기라는 인물이다. 현재 은행에서 대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다.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사카모토라는 동료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카모토는 사망하기 전에 이기를 만나 나에게 빚졌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 후 몇 시간이 흘러 벌에 물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카모토의 죽음을 타살로 의심하던 중 기업의 부정 송금 등의 이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묘하게 흘러간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던 터라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번역 자체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스토리 자체도 초반에 몰입도가 강해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케이도 준 작가의 작품을 접했던 독자라면 소재나 스토리 면에서 조금 단조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워낙에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흥미로웠지만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리 장르라는 소재 자체가 익숙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흥미 위주로 읽으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그동안 작품들을 읽으면서 중소 기업과 거대 은행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과 은행 내에서 성과 없는 부서의 고군분투기 등 사회적으로 오르내리는 내용들이나 현실적인 공감에 맞추어 읽었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 자체로도 좋은 독서이기는 했지만 잡념을 비우고 조금이나마 추리의 재미를 알아가고 싶었다.

그렇다 보니 사카모토의 죽음으로서 벌어지는 부정 행위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이기의 추측, 사카모토의 사망 원인 등을 파헤치는 부분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벌에 쏘여 사망했다는 것 자체가 타살로 보기 힘든 자연적인 죽음이라 생각했는데 이를 의심하고 뒤쫓아가는 이기의 행동들이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마치 이기라는 인물이 된 듯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이케이도 준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초기작이기에 그동안 읽었던 다른 작품들보다는 날카롭고 거칠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는데 그 지점은 조금은 새롭게 보였다. 작가의 특징을 살려 은행을 주제로 한 살인 미스터리 작품이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던,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다. 오래간만에 읽은 이케이도 준 작가 작품의 매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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