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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캐트리오나 실비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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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p.10
이 책은 캐트리나오나 실비라는 영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한동안 서양 작가 작품을 읽지 않은 듯하다. 한 달 가량을 일본 작가의 추리 장르의 소설 또는 한국 작가의 소설 위주로 읽었는데 종종 이렇게 영미권 작가의 작품이 끌릴 때가 온다. 가장 취약한 소설 분야가 영미권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신간 위주로 찾던 중 흥미로운 소재에 이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라와 산티라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독일 쾰른이라는 지역에서 신입생 환영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소라는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당돌한 성향을 지닌 반면, 산티는 조금 다정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겉으로 보았을 때의 성향은 안 맞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산티가 건네는 한마디에 소라는 반응을 보였고, 자세한 개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끌림이 있었지만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헤어진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소라는 산티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려우면서도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첫 파트에서 소라와 산티의 첫만남을 끝내고 다음 장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또 새로운 배경이었다. 갑자기 이렇게까지 공간이나 시간적 배경이 바뀌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이들을 알아채는 게 하나의 핵심 포인트로 느껴질 정도이다. 등장인물이 자주 바뀌거나 많은 작품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어서 이를 파악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초반까지는 이를 적응시키는 것에 오랜 시간을 소요했지만 중후반부에 이르면서 이들의 스토리가 꽤 흥미로웠다. 대학교 동기로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로, 또 다른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해가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예전에 어른들의 말씀으로만 들었던 한국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 중에 이렇게까지 타임리프를 다룬 내용이 없어서 더욱 신선했다.
이렇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새로운 모습들에 이끌려서 읽었지만 점점 삶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인생도 하나의 소설이고, 나 조차도 하나의 등장인물은 아닐까. 다음 생에서는 산티나 소라처럼 다른 모습을 하고 살아가지 않을까. 요즈음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둘의 모습들을 보면서 나의 현재와 연관지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만큼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