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지음, 박재영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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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 누군가가 서 있다. / p.8

이 책은 고조 노리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주어진 설정 자체가 흥미롭게 와닿아 선택하게 된 책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사망한 이후 행적을 쫓는 내용을 생각보다 자주 만나기는 했지만 책으로는 아직까지 읽은 기억이 없다. 중심이 되는 인물이 사망하고 난 후 사건을 찾아간다는 게 마치 김 빠진 콜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을지는 몰라도 현재 그렇게까지 떠오르는 스토리는 없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갔다. 이들이 어떻게 범인에 대한 추리를 시작하는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도 모르는 인물이다. 목을 베어 살인당했다는 기억만 할 뿐 자신의 이름과 정보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가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 떨어졌다. 알고 보니 그곳은 천국이었고, 자신이 죽임을 당한 곳과 비슷한 저택이었다. 총 다섯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 역시도 남자와 똑같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이들에게는 저택으로 배달되는 신문이 있었다. 신문과 남자, 다섯 명의 인물들이 모여 살인자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기심을 가지고 시작한 책이다 보니 술술 읽혀졌다. 처음부터 순간 몰입되어 푹 빠져 읽었는데 문체나 내용 등 어느 하나 그렇게까지 거슬릴 부분이 없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주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만큼은 금방 완독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등장인물들처럼 살인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소재에 관심을 가졌지만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다. 개인의 측면에서 보자면 살인을 당한다는 게 조금 억울하게 느껴질 측면도 있겠지만 이유조차도 몰랐던, 아니 자신이 누구인지도 인식하지 못했던 이들이 누구에게 죽임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머리를 모아 찾아간다는 측면에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마 내가 천국에 온 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애초에 원한조차 가지지 않은 상태로 천국이 아닌 순리대로 인정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특별하게 한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은 아니었지만 이유 없이 이들의 추리와 파헤치는 내용들이 인상 깊었다.

이것저것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뇌에 힘을 쭉 빼고 읽기에도 좋은 스토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추리 장르 특유의 머리 쓰는 과정이 있기는 했다. 이들과 같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들이 그 예로 포함이 될 듯하다. 그러나 파도에 몸을 맡기고 물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스토리에 뇌를 맡기면서 이야기의 바다에 푹 빠지다 보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 일상을 벗어나 추리 장르가 가진 장점을 너무나 크게 느꼈던 작품이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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