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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평점 :

나는 가족을 망가뜨리려고 이 책을 쓴 게 아니다. / p.16
어렸을 때에는 몰랐지만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가정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나부터 가정사를 안고 살아가고 있고, 주변 친한 지인들 역시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고 있었다. 이십 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꾹꾹 누르면서 외부에 발설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과 나누면서 살아간다. 당시에는 흠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드러내는 게 치유의 효과가 있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다.
이 책은 셰리 캠밸이라는 미국 상담가의 심리학 관련 도서이다. 남들이 들으면 놀랄 정도로 안 좋은 가정사는 아니지만 종종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서 그 감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선택한 책이다. 주변에서는 종종 'K-장녀'처럼 굴지 말고 스스로를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들을 많이 하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저자는 학대 생존자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정서적 학대를 받으면서 성장했고, 상담가로서 많은 이들과 학대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했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 단절하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16가지의 방법들을 소개했다. 방법들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학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풀었고, 상담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사례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전공 수업에서 들었던 에릭슨의 이론 등 다양한 심리학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 아마 가족 내에서 고통을 받았던 독자들이라면 저자의 사례나 상담에서 드러나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환기시켜 주는 부분들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단순하게 사례들만 언급한다거나 가이드만 제시한다면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례나 가이드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 이후에 독자들로 하여금 가족들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되새기게 만드는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면, 불안정 애착을 설명한 마지막에 '부모로부터 거리감을 느꼈거나 힘들 때 주위에 아무도 없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어떤 감정이 드는가?' 라는 내용의 질문이 달리는 식이다. 읽는 내내 나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가족과 관계 단절을 고민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인터넷 커뮤니티만 보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던 자녀들이 성장해 이를 벗어나는 게 힘들어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 그늘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아픔을 끝까지 안고 살아간다는 게 답답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경계선을 가지고 스스로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