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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7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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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은, 로지, 기록될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내가 한 일을 직접 기록하는 거예요. / p.19
이 책은 조지 엘리엇의 장편소설이다. 1편 리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도러시아와 캐소본, 프레드 빈시와 메리, 리드게이트와 빈시라는 세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미들마치라는 아름다운 동네를 배경으로, 인물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각자의 희노애락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2편 역시도 조금 어렵기는 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어느 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시대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이 또한 인터넷 검색을 활용했다. 똑같이 1편에서도 언급했었던 내용이기도 했다. 그러나 2편은 도러시아의 이야기에 몰입이 되어 있는 상태로 2편을 시작하니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1편보다는 조금 적게 시간이 걸린 듯하다.
1편이 도러시아의 한계에 조금 답답함을 느꼈다면 2편에서는 조금이나마 결혼관에 집중해 읽게 되었다. 특히, 빈시와 메리의 이야기가 가장 이상적으로 보여졌다.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한량과 같은 삶을 살고자 했던 빈시는 메리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후 점점 인간으로 변해간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인간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믿는 편이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사람은 안 변한다.'라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하나의 좌우명을 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빈시와 메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진심은 통하는구나. 사랑의 힘이 이렇다.'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단순한 부자 한량 수준이 아니라 누가 보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살아왔던 빈시가 메리라는 상대를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그에 맞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게 소설이지만 신기했다. 아마 현실이었으면 크게 믿지도 않았을 텐데 소설 안에서의 그 결혼이 무엇보다 아름답게 그려져서 인상적이었다.
여전히 캐소본을 이용해 자신의 지적 욕구를 채우려고 했던 도러시아는 안타까웠다. 그게 단순하게 옆에 배우자가 있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닌데 캐소본과 도러시아는 애초에 이상향 자체가 다른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답답했다. 1편에서는 도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들었다면 2편에 이르러 캐소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파국으로 치닫는 이 결혼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리드게이트의 커플 역시도 조금 답답하게 그려져서 비슷한 의미로 결혼의 회의감을 들게 했다. 리드게이트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했지만 배우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현재의 신분을 활용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역시도 행복할 수 없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아, 결혼이 어렵기는 하구나.'라는 아주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고전 소설의 묘미를 이렇게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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