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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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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는 콜센터 문 앞에서만 서면 걷잡을 수 없이 구역질이 올라왔다. / p.22
이 책은 시가 아키라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출판사 소개에 등장하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영화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스릴러 장르이기에 그동안 접할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는데 주변에서는 킬링타임으로 꽤 볼만했다는 평을 들었다. 겁쟁이인 나로서는 그냥 고민만 했었다. 그러다 원작 작가의 신간 소식을 접했고, 먼저 시도해 보자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다카요라는 인물이다. 딸을 혼자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는 싱글맘이기도 하다. 남편의 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도쿄로 도망쳤지만 사는 것은 팍팍한 그 이상으로 힘든 상황이다. 콜센터 업무를 하고 있던 그녀는 회사에서 잘렸는데 설상가상으로 밀린 집세를 이번달까지 납부하라는 독촉을 받는다. 돈이 없기에 사채를 알아보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오히려 나쁜 의도를 가진 이들의 접근만 올 뿐이다. 그러던 중 미나미라는 이름의 한 개인 사채업자를 만난다.
순간 몰입도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데 금방 술술 읽혀졌다. 퇴근 후 취침에 들기 전까지 두 시간에 완독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문체나 번역도 크게 이해하기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스릴러 장르의 특성상 긴장감에 손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유독 이 작품은 그 매력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나도 모르는 순간에 페이지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초반에는 스릴러 장르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지만 그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이 더욱 와닿았다. 특히, 싱글맘인 다카요에게 몰입하게 되었는데 사채의 안 좋은 측면에 부각되게 다가왔다. 장기매매, 성매매 등 안 좋은 목적으로 돈과 바꿀 수 있는 유혹들이 답답하게 그려졌다. 이 지점이 아마 어느 독자들에게는 불편한 지점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글맘의 경제적 어려움은 인지할 수 있었지만 그들에 대한 편견도 걱정되었다.
또한, 결말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 지점이 가장 스릴러로서의 매력이 극대화된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장르의 특성상 크게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 정보도 없이 읽는다면 소름이 돋지 않을까. 마지막 장의 내용을 읽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스릴러 작품을 잘 모르는 초보 독자이기 때문에 더욱 예상할 수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완독 후 어떻게 리뷰를 적어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적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내용을 정리할 수도,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긍정적인 느낌으로 만족스러웠다. 이번 기회에 전작도 시간을 내서 읽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취침 시간까지 늦출 정도로 재미와 교훈 모두를 잡았던,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꽤 매력적이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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