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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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유에 관한 이야기다. / p.13

이 책은 이브 엔슬러라는 작가의 에세이다. 주제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동안 다른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사유하는 책들을 인상 깊게 읽었다. 대부분 '직업인'으로서의 이야기를 읽게 될 때가 많았는데 이 도서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라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작가는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라고 하는데 이 지점 또한 기대가 되었다.

책의 내용은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여러 고통 받는 여성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이다. 인터뷰 형식보다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슬픔과 과거를 함께 보고 작가의 생각과 사유들을 시간에 따라 펼쳐져 있었다. 그들이 겪은 고통은 극히 사적인 고통도 있었지만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받았던 고통들을 다루기도 했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시기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 있었던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까지 긴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술술 읽혀지지 않았던 책이었다. 주제가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도 했고, 내용이나 문체 자체도 조금 어렵게 다가왔다. 작가의 문체나 서술 방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책 자체가 주는 무거움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들이 500 페이지가 넘었는데 그의 2/3 정도 되는 페이지 수를 가진 에세이임에도 삼 일 정도를 나눠서 완독할 정도로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초반부가 너무 강렬하게 와닿았다. 작가 개인의 서사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었다. 글쓰기를 하게 된 이유를 서술하고 있는데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폭력을 이야기했다. 손찌검이라고 불리는 학대라고 해도 분노할 일인데 아버지는 딸에게 강간을 저질렀다. 폭행의 시작은 친구와 놀지 말라는 자신의 말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딸이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말했던 순간 그 일을 외면했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큰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였다는 것이다.

첫 파트를 읽는 순간부터 내용이 가진 무거움이 확 느껴졌다. 뉴스 기사나 매체로 가족 간의 성폭행과 자녀들을 향한 학대들을 너무 익숙하게 들었지만 활자로 받는 그 느낌이 너무 생경했다. 단순하게 분노 그 이상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묘한 감정이었다. 그 상처들을 꿋꿋하게 겪었던 작가가 더욱 크게 보였다. 더불어, 너무 현실적인 상황들이 느껴져서 더욱 힘들었다.

여성들의 연대가 느껴지는 부분에서 든든함과 여운을 느꼈고, 여성으로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일이 더디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머리와 마음 모두에게 돌덩이와 같은 무거움을 주었던 에세이여서 그동안 읽었던 에세이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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