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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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그저 강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었다. / p.8

이 책은 글렌디 밴더라라는 미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자연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종종 읽었다. 그동안 그 작품들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출판사 문구 중에서도 언급이 된다고 하면 찾아서 읽는 편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책이다. 소개에 관련 작품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줄거리를 읽다 보니 어느 정도 비슷한 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엘리스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엘리스는 가정 환경이 불후했던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께서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처음 시작은 엘리스가 제인 아저씨를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어머니는 약물 중독으로 엘리스를 돌볼 상황이 아니었으며, 제인 아저씨께서 엘리스와 어머니를 지켰지만 결국 지쳐서 떠나게 되었다. 엘리스는 성인이 되어도 제인 아저씨를 그리워했다.

엘리스가 성인이 되어 법조인 남편 조나와 결혼했다. 그리고 쌍둥이 아들 두 명과 딸 비올라를 두고 있었는데 조나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도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는데 이 장면이 엘리스의 인생을 크게 뒤흔들 사건의 원인이었다. 엘리스가 정신이 없는 와중에 두 아들 중 한 명이 병에 모아둔 올챙이를 차에서 엎었고, 이를 처리하는 중에 딸 비올라를 두고 차에 이동했다. 그렇게 딸 비올라를 잃었고, 엘리는 어머니께서 그랬던 것처럼 약물 중독으로 살아가다 가족과 이별하고 혼자 캠핑을 떠난다. 이야기는 엘리스의 에피소드와 레이븐이라는 여자아이가 등장해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된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이기 때문에 설렘과 함께 걱정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영미소설을 자주 읽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선호하는 소재가 등장한다고 해도 어려움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그러나 몰입력이 너무나 좋은 작품이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600 페이지가 넘는데 이틀 정도에 나누어서 완독했다. 책의 무게로 손목이 나갈 것 같은 느낌을 꾹꾹 참게 될 정도로 빠져들었다.

개인적으로 엘리스보다는 레이븐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엘리스는 자의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낯선 남자들에게 폭행당했지만 좋은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반면, 레이븐은 독특한 사상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폐쇄적으로 자라온 듯했다. 필수 교육 또한 받을 수 없었으며, 타인과 교류조차 할 수 없었다. 휴대 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도 물품을 주문할 때 어머니로부터 보았을 뿐 사용하는 방법도 몰랐다.

타의적으로 정서적 학대를 받았지만 어머니의 가스라이팅으로 이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레이븐의 서사가 더욱 강렬하게 와닿았다. 어린 나이부터 재키와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으로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조금씩 레이븐의 삶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답답했다. 중후반부에 이르러 레이븐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외적인 이유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엘리스의 서사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더욱 인상 깊게 남았다. 인지할 수 없었던 아동 학대의 일부분을 활자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읽었던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읽으면서 갑자기 성적인 내용들이 부각된다거나 청소년기의 레이븐에게 변화된 태도를 보이는 레이븐의 어머니의 태도에서 조금 아쉬움을 느꼈던 게 사실이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본다면 전반적으로 흥미로웠다. 인생을 뒤흔들 큰 사건들 사이에서 각자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엘리스와 레이븐,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꽤 오랫동안 맴돌 것 같은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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