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사들의 제국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평점 :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 p.11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프랑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신'이라는 작품을 너무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동안 같은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읽었는데 마음에서 순위를 매기자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것이 바로 그 작품이었다. 그렇다 보니 세계관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이 작품 역시 예전 작품은 개정해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 지점도 선택의 이유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카엘 팽송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행기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세계로 끌려오게 되었는데 각각의 색깔을 가진 제1천계부터 제7천계를 지나 심판장에 오른다. 처음에는 약간의 점수가 모자라 환생 심판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에밀 졸라라는 이름의 천사가 팽송의 점수에 불복해 다시 심판대로 데리고 갔고, 결국 허락이 떨어진다.
팽송의 임무는 세 명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일이었다. 지도 천사인 에드몽 웰스를 따라 선택하게 되는데 프랑스에서 평범하게 자라고 있는 자크라는 남자, 미국에서 부유하게 자라고 있는 비너스라는 여자, 러시아에서 가난하게 자라고 있는 이고르라는 남자를 선택했다. 직접적으로 이들에게 나타나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닌 다양한 기능을 사용해 이들의 삶을 통제해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었다. 각각의 인물들에게는 문제점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는 팽송과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너무 잘 읽힌다는 사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팬들이라면 너무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상상력이 전무한 독자인 나에게까지도 술술 읽혀졌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신이라는 작품과 인물이 비슷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인물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져서 금방 완독이 가능했다. 거기에 다른 작품들보다 페이지 수가 얇은 편이어서 두 시간 정도 내외에 1편을 완독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팽송의 이야기보다는 그가 관여한 세 사람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자크는 누가 봐도 크게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너무 이상적인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상은 현실을 잊게 해 주는 윤활제와 같은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 과하게 느껴졌다는 측면에서 철없어 보이는 측면이 있었다. 그래도 다른 두 사람에 비해서는 그나마 괜찮은 환경처럼 느껴졌다.
비너스는 아름다움을 담당하는 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처럼 미적인 기준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것은 겉으로 보이기에 가꿀 필요가 있지만 여기 등장하는 비너스의 경우에는 그 외적인 기준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병적인 증세로 나타났다. 방황했을 때에는 폭식증을 겪으면서 오히려 자신을 나락까지 내몰기도 했었고, 이 아름다움을 이용해 자신이 이성과의 난잡한 성적인 관계까지 겪기에 이르렀다. 이 또한 답답했다.
가장 최악의 경우가 이고르인데 연민이 들기도 했었다. 그 어느 누구도 그의 탄생을 바라지 않았다. 심지어 어머니마저도 이고르를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고르를 떨치기 위해 그를 품은 순간부터 잊을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 태어나고 난 이후에도 외로운 삶을 살았던 이고르는 자신의 삶을 바꿀 기회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사람이었으며, 심지어 그 일조차도 친구의 배신으로 이루지 못했다. 가장 안타깝게 느껴진 인물이었다.
직접적으로 팽송이 이 세 명의 인물의 삶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아마 그렇다면 현실성이 떨어져 중간에 흥미를 잃었을 텐데 이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바른 영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오히려 진정성 있게 와닿았다. 더불어, 팽송이 이 세 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자신마저도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