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우주라는 거대한 물 위에 떠 있는 유람선 같은 거라나. / p.12
이 책은 배명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SF 작가님들의 작가님, 북 크리에이터님의 인생 책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가님이다. SF 장르를 어려워하는 독자에게는 조금 난해한 작품이 많은데 나 역시도 그렇다. 전에 단편소설집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도저히 하나부터 열까지 무슨 이야기인지 의미 파악만 하다가 책장을 덮었던 기억이 있다. 그동안 망설이고 있다가 이번에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느 별에서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것도 꽤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는데 그 별은 전쟁 중이다. 알 수 없는 함대와 전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전쟁에 참여했다. 주인공에게는 지구에 사는 애인이 있는데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애인에게 전쟁 중에 있었던 일을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간체로 쓰여진 작품이다.
사실 조금 많이 어려웠다. 보통 SF 작품 하면 과학적인 지식은 넘기고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면서 읽게 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못했다. 지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그렇다 보니 내내 곱씹으면서 이해하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짧은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고른 작품이었는데 세 시간이 넘는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제목과 다른 내용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이 애인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적을 물리칠 수 있는 내용과 내부에서 적과 소통하는 이를 의심하는 내용, 외부에서 알려진 내용과 다른 점 등 대부분 군대에 있었던 일들이었다. 마치 자신의 일상을 애인에게 미주알고주알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듯했다. 청혼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로맨틱한 느낌보다는 친근한 느낌이었다. 생각과 다른 전개에 당황스러웠던 이유이다.
그런 느낌으로 읽었는데 중후반부에 이르러 주인공이 애인에게 전하는 말들이 꽤 뭉클하게 다가왔다. 말을 전하는데 17분 44초 후에 전달되고, 대답 역시도 17분 44초 후에 받게 된다는 점. 그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주인공의 심정. 주인공의 진심 어린 고백과 같이 보내는 반지까지 모든 것이 로맨틱하게 보였다. 상상하던 그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너무 크게 느껴졌다.
주인공과 애인의 마음이 과학이라는 학문으로 전달된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직접적으로 서로를 향한 그리움이나 애정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보고 느낀 일상들을 사랑하는 이에게 전달하는 점이 더 여운으로 남았다.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보태자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중에서 군인이었던 남자 주인공에게 여자 주인공이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내용의 대사가 떠올랐던 소설이어서 흥미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