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복원소
이필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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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고요한 날들을 살았었다. / p.12

이 책은 이필원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가족을 복원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선택하게 된 책이다. 표지에서부터 이미 힐링 장르의 소설이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호기심이 들었다. 각자 저마다의 가정사들이 있다는 점에서 가족을 복원한다는 건 전문가인 상담사도 어려운 일인데 그런 가게가 있다는 게 판타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차피 허구가 바탕이 되는 소설이겠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차진구라는 인물이다. 열일곱 살에 부모님께서 이혼하셨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혼자 살고 있는 어머니께서 가죽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기에 청소년기에 어머니의 일을 도우면서 가족복원소의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업무를 돕기도 한다. 어느 날, 간판을 보고 찾아온 열 살 정도의 한 소녀의 어이없는 의뢰를 받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키지 않았지만 끈질긴 소녀의 요청을 받아들여 처리하기에 이른다.

힐링 장르의 소설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과 사연을 어떠한 매개체로 해소가 되는 느낌. 거기에 주인공이 한뼘 성장하는 서사까지 이어지면 마침표를 찍는다고 생각하는데 딱 그 루트대로 흘러간다. 그런 점에서 너무 술술 읽혀졌다. 페이지 수도 이백 페이지가 넘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한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일상을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읽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작품에서 <늙은 개의 목걸이>라는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진구는 가게 너머로 보이는 한 청년과 강아지를 목격한다. 매주 수요일에 청년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했는데 강아지가 진구네 가게 앞에 앉아 있는 일을 계기로 그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청년은 알리라는 이름을 가진 파키스탄 국적의 노동자였고, 강아지는 열네 살 행운이었다. 어느 날, 진구는 알리로부터 급하게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강아지를 키웠던 입장으로서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에피소드이지 않았을까 싶다. 먼 타국에서 건너온 알리의 유일한 친구였을지도 모르는 행운이와의 우정, 그리고 진구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결말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로 읽혀질 수 있겠지만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보니 너무 강렬하게 몰입이 되었던 것이다. 알리에게 또 다른 친구인 진구가 생겼다는 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읽으면서 '이게 이렇게 전개가 된다고?'라는 느낌을 받았고, 서사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별생각없이 살아온 진구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들이 꽤나 깊게 와닿았다. 나중에 이르러 아버지와 재회하는 내용은 자식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이 되기도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가볍게 읽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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