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오만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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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가 적출되어 있었다는군. / p.15

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소설이다. 일본 작가의 작품들을 자주 읽게 되면서 취향에 맞게 된 작가이다.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으로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신작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고민도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늘 무언가 관통하는 이슈와 풀어가는 방식들이 지극히 사적인 취향과 너무 잘 맞는 작가여서 기대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소설은 십 대의 한 청소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중 장기가 적출된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다. 경시청 수사1과라는 곳에서 사건을 받아 보던 중 과거에 일어난 헤이세이 잭 사건과의 연관성에 포커스를 맞추어 진행하면서 사건의 전말에 조금씩 다가간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을 접했던 터라 술술 읽혀졌다. 스토리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책을 손에 놓을 수가 없었다. 퇴근 이후 취침 전까지 대략 세 시간에 완독했는데 중간에 졸음이 달아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번역이나 문체 자체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좋았다.

개인적으로 장기매매라는 주제가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때 관련된 괴담이 자주 언급될 정도로 이슈가 될 때가 있었는데 이를 활자로 보는 것이 참 새로웠다. 초반에는 호기심으로 읽다가 장기매매로 사망한 이들의 사연을 접하고 나니 뭔가 씁쓸함이 들었다. 과연 생명이라는 것을 돈으로 주고받을 수 있을까. 물론, 자의로 가족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걸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생명을 앗아간다는 게 답답했다. 한 생명이 죽어 다른 생명을 살린 게 맞나 싶었다.

특히, 학생이 대상자라는 측면에서 많은 분노가 들었다. 소설의 가정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불법적인 루트로 아이를 입양하는 케이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지점이 참 답답하면서도 읽는 내내 불쾌감을 들게 했다. 가족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허를 찌르는 형사의 질문에 반응하는 부모의 태도는 비정하다 못해 비인격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늘 사회적 이슈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시야를 넓혔던 독자 중 한 사람이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삶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 중 하나인 장기매매라는 주제로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참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그 지점에서 이번 작품 역시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어서, 더 믿을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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