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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사구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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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을 조용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저주든, 무엇이든. / p.9
소설 작품을 읽다 보면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성향 자체가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느끼기도 하고, 피부에 와닿아야 이해가 쉽게 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SF나 추리 장르 등 다양하게 읽으면서부터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 조금씩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습관이 생겨서 취향과 다르더라도 흥미롭게 읽는 스킬들이 생기기는 했다.
이 책은 이사구 작가님의 연작소설집이다.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아 선택하게 된 책이다.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마치 국수를 먹듯 후루룩 읽혀졌다는 것이다. 퇴마나 귀신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관심 밖이었다. 오죽하면 천만 관객을 돌파한 퇴마를 주제로 했던 최신 영화조차도 주변 추천에도 끝까지 안 보고 버틸 정도로 불호 장르였는데 책이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김하용이라는 인물이다.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인데 상사가 참 이상한 사람이다. 일을 더럽게 안 하기로 유명한 팀장이 어느 순간 갑자기 개과천선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탕비실에서 기이한 행동을 하는 팀장에게 이상한 낌새를 느꼈고, 이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 글에서 악귀가 들었다며, 용한 해결사를 추천해 주겠다는 댓글을 읽게 된다. 하용은 용한 해결사를 찾아갔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유명 무당 유튜버인 용일이었던 것이다. 명일은 하용에게 같이 퇴마하자는 조건으로 섭외했고, 팀장과 관련된 일이 겹쳐 결국 용일의 아래에서 퇴마 보조로 일하게 된다.
주변의 추천만큼이나 후루룩 읽혀졌다. 무엇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현실감이 뛰어난 작품이어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인터넷 용어나 현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일 안 하고 아랫 사람에게 떠맡기는 상사, 매일 같은 쳇바퀴 안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의 고민, 무례한 옆집 사람 등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주제들이어서 그렇게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친근해서 좋았다. 한 시간 반 정도면 완독이 가능할 정도로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벽간 소음 상호 결렬부>라는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는 하용이 팀장의 이야기를 용일에게 전하기 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502호에 거주하는 하용의 밤은 참 길다. 이유는 옆집에 거주하는 한 남자 때문이다. 여자 친구와 밤새 통화하는 것은 물론, 그녀가 남자의 집에 들어오는 날에는 온갖 신음 소리로 벽간 소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덕분에 하용은 피곤한 상태로 잠을 못 이루고 출근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적을 직접 만든 가짜 전단지에 붙여 옆집에 붙여 놓았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가장 몰입하게 된 작품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지극히 사적인 일과 연관이 되어 있기도 하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크게 와닿았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자취집의 방음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비슷한 일로 몇 번 고통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가짜 전단지를 붙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장 큰 고민이 벽간 소음이어서 읽는 내내 하용의 심정을 누구보다 격렬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시공사의 문제도 크겠지만 읽으면서 이웃집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