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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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끊임없이 계속된다. / p.53

몇 년 전, 가장 친한 선배와 일본 여행을 3박 4일 일정으로 떠난 적이 있다. 다양한 풍경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지만 그 중 하나가 일본의 편의점 풍경이었다. 그동안 식사 도시락나 주전부리를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많이 이용했었는데 한국 편의점과 또 달라서 많이 놀랐다. 오죽하면 외부 음식점보다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더 많았는데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참으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니시나 요시노라는 일본 작가의 에세이다.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는 표지의 책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때로부터 한 십 년 가까이 지난 시점인데 여전히 편의점은 가장 자주 가는 가게이기도 해서 친근함이 들었다. 혼자 사는 자취생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존재인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특히,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직업인의 에세이를 읽는 것에 빠져 있다 보니 더욱 기대가 됐다.

저자는 삼십 년동안 편의점 주인으로서 살아온 인물이다. 교사 집안에서 저자도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의 권유로 퇴직금과 이것저것 자금을 모아 2FC형으로 편의점을 운영하게 되었고, 그게 작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십 년 단위의 계약이 끝났지만 편의점 본사에서 재계약을 권유한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다. 책은 편의점의 이모저모를 다루고 있다.

막히는 부분 없이 술술 읽혔다. 사실 사업에 소질이 없는 편이어서 전문 용어에 대해 무지한데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서 어느 한 문장도 이해를 못한 부분이 없었다. 책을 읽고 나면 일본에서 편의점 운영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었다. 편의점을 이용하기만 했을 뿐 내부 수익 구조를 배울 일이 없을 텐데 일본의 한 체인점의 한정이기는 하지만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진상 고객들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지만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시간 단위로 쪼개서 부부와 아르바이트생 여러 명이 같이 편의점을 지키고 있는데 지인의 부탁으로 그녀의 아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맞이하게 된 일화가 기억에 남았다. 그 아들은 은둔형 외톨이로 밖을 나간 적이 없었던 인물이었는데 초반에는 혼자 할 일을 하지 못해 뒤에서 받쳐 주는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업무를 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 일을 계기로 아르바이트를 성실하게 수행했고,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심지어 한 사람의 인건비를 더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다.

그밖에도 학생들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는 편이기도 했는데 그 지점들이 대단하게 와닿았다. 보통 고용주 입장에서는 이익을 위해 숙련된 일꾼을 원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참된 어른을 보는 듯했다. 고용주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경력직만 원하면 신입들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나.'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았던 게 참 부끄러웠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사회 경험치를 쌓아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갈 때나 부점장 정직원으로 승진한 한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로서 참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편의점 이용인으로서만 보았던 것과 다르게 참 다사다난한 편의점 업주의 운영 일기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신선했고, 또 재미있었다. 거기에 보통 전문 용어나 어려운 낱말에만 주석이 달리기 마련인데 이 책에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마치 주석처럼 하나하나 달려 있어 그것 또한 너무 좋았다. 읽는 내내 '아, 한 직장을 삼십 년 다니는 것도 멋진데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삼십 년을 주인으로 지내는 내공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던 에피소드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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