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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알 ㅣ 환상하는 여자들 1
테스 건티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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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그녀에게 달려와 소리를 지른다. / p.11
이 책은 테스 건티라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전미 도서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눈에 띄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비평가협회에서 최종 후보로 오르기도 했고, 다른 매체에서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작품성 하나만큼은 괜찮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미소설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정받는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블랜딘이라는 소녀다. 어느 날,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토끼장이라고 불리는 장소에 갇힌 것부터가 낯설게 느껴지는데 가톨릭 종교를 가진, 신비주의자라고 칭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체 이탈이라는 것 역시도 겪는다. 소설의 주된 이야기는 망해가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사연, 그리고 상황 등이 다채롭게 펼친다.
걱정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더디게 읽혀질 줄은 몰랐다. 문체부터가 등장 인물이 경험한 것처럼 낯설고 환상적으로 다가왔고, 전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영미소설에 SF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흥미로웠지만 그만큼 책의 난이도는 꽤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예술 작품은 다르구나.'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파편처럼 흘러간다는 느낌을 드는 작품이었다. 내용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독자로서 받아들이기에는 기억의 파편, 또는 장면의 파편처럼 와닿았다. 그렇다 보니 사진의 한 컷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가 되는 상상이 되기도 했는데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 지점도 조금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블랜딘이 낯설고도 신비한 상황이 독자로 하여금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상황과 스토리를 이해하느라 블랜딘이 경험했던 일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까지 크게 와닿지는 못했다. 물론, 현실감이 떨어지다 보니 이 부분이 개인적인 약점과 맞물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앨리스가 경험했던 이상한 나라처럼 나 역시도 이상한 나라에 뚝 떨어져 블랜딘을 관찰자로 보는 듯했다. 이렇게 느꼈던 지극히 사적인 감상과 감정은 흥미로우면서도 신기했다.
이 작품을 덮고 난 뒤, 얼마나 이해했는지 묻는다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을 것 같다. 그만큼 완독에 확신이 없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보통 이렇게까지 자신없었다면 중간에 덮을 법도 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읽었던 이야기들과 다르게 흥미롭고 신선했던 것은 분명하다. 어느 정도 독서가로서의 경험치가 올라온다면 나중에 꼭 다시 이해하고 싶은, 나름의 도전 정신이 생겼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