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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닐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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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못 믿을 거다. / p.9
이 책은 닐 셔스터먼이라는 미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수확자 시리즈'가 꽤 인상적이었다. 인간을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생명이 정해진다는 내용.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는 측면에서 당시에 읽었을 때 꽤 새로웠던 기억이 있었다. 나름 인상적이었는데 작가님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이번 작품도 전작처럼 많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애시'라는 이름의 남자 학생이다. 미식 축구 선수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애시의 아버지는 미식 축구 선수로 활동했지만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게 선수로 살아가다 뇌진탕을 겪게 된다. 초반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의문이 들 정도로 끝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뇌진탕을 겪을 때마다 애시의 주변 환경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그럴 때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겪게 된다.
SF 작품을 종종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독자로서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전작으로 읽었던 '수확자 시리즈'가 1800 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었던 터라 흥미로우면서도 버거웠던 기억이 있다. 그랬기에 이번 닐 셔스터먼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 그랬다. 과연 내가 그 많고도 넓은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독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 단권으로 끝나는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위안을 주었다. 문체나 번역도 이해하기 쉬웠다. 물론, 미주로 달리는 내용들이 초반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으나, 이를 모른다고 해서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운 점이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전작보다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꽤 괜찮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적당한 선을 지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현실적인 소재에 큰 공감을 받았다. 이 소설에서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독자라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등장한다. 애시가 새로운 환경으로 변해갈 때마다 다른 인종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동성애자가 되고, 성별이 바뀌기도 한다. 흔히 주도권이라고 불리는 인물이 점점 소수자의 시대에 들어간다는 점이 새로웠다. 그런데 이 지점을 무겁게 풀어내지 않았다. 적당한 풍자로 가벼움과 무거움 그 사이의 조절이 잘 되었다.
사실 성별이나 성소수자의 문제에 대해 비문학 도서들로 종종 겪었지만 인종의 문제는 이렇게까지 경험한 적이 없었던 듯하다. 심지어 주인공인 '애쉬'마저도 세계가 바뀌면서 주도권인 백인의 부자, 그리고 남성으로서 등장하는데 성별이 바뀌기 전까지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후반부를 읽으면서 이에 대한 해소가 되었다. 지극히 사적으로 전작보다는 이번 작품이 더욱 공감되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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