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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ㅣ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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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짓불이 누구에게나 불시에 들이대어지는 시대에서 전짓불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 p.9
이 책은 김영란 교수님의 법에 관련된 책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분의 이름을 모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대학교 졸업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김영란법'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사회에서 많이 회자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 정말 감사한 은사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김영란법'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여서 결국 마음으로만 전했던 기억이 있다. 그 법을 만드신 분의 책이다.
시작은 롤스의 정의론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의론은 미국의 헌법의 기초가 된 정의의 원칙을 정식화해서 정의감각을 다시 되살리고자 했다. 목적은 사회계약이론을 추상화해 정의관을 제시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계약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기본구조의 정의 원칙을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정의론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이후 대한민국의 사례를 적용한 내용이 등장한다. 인간의 양극단의 신념, 그리고 인간의 자유를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논의되었는지를 다룬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얇은 페이지 수의 책이어서 읽기 전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전에 읽었던 판사님의 에세이에서도 양형이나 법적인 이야기들이 조금씩 등장했었는데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넘기면서 걱정이 조금씩 쌓였다. 아무래도 법적인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떠나 사회에서 아직도 뜨겁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다 보니 머리에서는 과부하가 일어날 정도로 참 어려웠다. 법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수월했을 텐데 책장이 더디게 넘어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내용이었다. 두 가지 사건 중 하나인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한 건이었다. 미성년자의 보호와 성전환자의 권리 사이에서 처음에는 기각했다고 한다. 이후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안이 타당한지를 검토했다. 그동안 성전환자의 권리 부분만 생각했었는데 가족을 이루고, 미성년의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의 경우라면 자녀의 혼란이나 보호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밖에도 동성 군인이 합의 하에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 군대의 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내용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내용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군인이 관외에서 동성과 성관계를 맺는다는 점이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이라는 사실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2020년부터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어서 새로웠다.
사회는 변화한다. 그리고 개인의 욕구와 권리, 자유는 조금씩 더욱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법이라는 제도 또한 필요한 법인데 그 사이에서 간극을 좁히는 일은 어렵고 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느 쪽에 더욱 비중을 두어서 세상을 나아갈 것인가. 책장을 덮는 순간에도 어려웠고, 내용을 온전히 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러나 사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