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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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 지금부터 논란의 중심이 된다. / p.9

이 책은 도미나가 미도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현실적이지만 그것보다는 재미를 위해 선택한 도서이다. 소설의 비중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공부를 위해 읽었던 비문학 계열의 도서와 취향과 동떨어진 소설 작품들을 조금씩 읽었던 터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재미 위주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던 중 눈에 띄어 보게 되었다. 사회파 작품을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취향과 맞았고, 어디까지나 예상이기는 했지만 재미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하라 히카루라는 인물이다. 본가에서 독립해 타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게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비대면으로 오 년동안 인맥을 유지하지만 사회생활도 곧잘 잘하는 듯하다. 웨딩플래너로서 평판도 좋고, 고객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직원이다. 동료 사이에 너무 일을 잘하는 히카루를 시기하는 직원은 있었지만 일하는 것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히카루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건이 발생한다. 유독 웨딩플래너와 만남이 잦은 한 부부가 있었는데 초기 면담은 히카루가 했지만 미노라는 직원이 바톤을 이어받아 진행하기로 한다. 미노는 웨딩플랜의 절차를 빠트린다거나 팀과의 교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과의 결혼 계획을 이어갔고, 결전의 날에 사건이 터졌다. 부부는 분노하는 것도 모자라 인플루언서인 친구를 대동해 회사를 상대로 따졌다. 회사는 미노의 잘못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히카루에게 이 죄를 덮어씌우기에 이르렀고, 결국 인플루언서 친구로 인해 SNS 마녀사냥을 당한다.

일본 작품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도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술술 읽혀졌고, 이해도 빠르게 되었다. 번역이나 이런 부분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재미있었다. 재미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만큼 몰입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평균 정도 수준의 두께를 가진 작품인데 두 시간에 완독이 가능할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스토리로만 보자면 만족스러웠다.

스토리와 별개로 개인적인 감정은 분노의 곡선이 주식 그래프처럼 요동쳤다. 이렇게까지 화가 난 상태에서 소설 작품을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이렇게 분노의 독서를 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회사의 태도이다. 한 부부의 평생 기억에 남을 결혼을 망쳤다는 측면에서 잘못한 것은 맞다. 애초에 히카루의 잘못이 아예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아마 10~20% 정도의 잘못은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담당자이자 대다수 사고의 원인이었던 미노에게 있었다. 회사는 자리에 없는 히카루에게 잘못을 모두 넘겼다. 단 한 사람도 정상적인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회사가 노동자를 지켜 주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지점이 가장 큰 분노 포인트이다. 직원의 잘못일지언정 외부적으로는 회사 전체의 책임을 강조할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직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렸다. 히카루의 요청에도 이를 회사를 살리기 위한 변명으로 급급하기에 이르렀는데 과연 이게 직장이라면 직원은 뭘 믿고 업무를 진행시킬 수 있을까. 뻔뻔한 미노의 반응도 어이가 없었지만 회사의 처치는 그야말로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이 회사에 단 한 시간도 직원으로서 몸담고 싶지 않다.

두 번째는 인플루언서 친구의 태도이다. 전형적인 거만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SNS 팔로워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협박했었는데 소설 내용에 드러난 팔로워 수를 읽자마자 '뭐야? 이것밖에 안 되면서 지금 딜을 거는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친구를 돕는다는 목적보다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는데 중후반부에 이르러 언급된 내용이 나와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SNS에 드러나는 친구는 누구보다 화려한 사람이었겠지만 작품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초라한 사람으로 보였다.

너무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었던 터라 만족스럽게 읽었다. 일상을 잊기 위해 선택한 작품에서 오히려 혹을 붙인 듯한 느낌이 들어 이 부분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스토리부터 각자의 인물 성격까지 너무나 살아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사심을 담아 결말이 뻔뻔한 이들의 처참한 권선징악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마저도 현실적으로 통쾌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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