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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클로버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2월
평점 :

꼴 좋다고 생각해요. / p.14
이 책은 마사키 도시카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년 하반기로 기억하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은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전체적인 내용은 흐릿하지만 여성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이슈에 화두를 던졌던 주제로 기억한다. 사실 그 작품이 완전한 취향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기에 이번 작품 역시도 기대가 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가쓰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한 오십 대 정도의 남자로 그려지는데 회사 은퇴 후 프리랜서 기자로 근무하는 중이다. 그에게는 잊지 못할 사건이 하나 있는데 작은 마을에서 가족이 살해당한 것이다. 그때 유일한 생존자는 큰딸이었는데 모두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는 와중에 딸은 가족이 죽은 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았던 가쓰키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큰딸마저도 마을에서 사라지고 만다. 시간이 흘러 마루에다라는 남자가 살인을 저질렀는데 가쓰키는 그와 접견하는 중 그 사건과의 연관성을 인식한다.
이후 지히로라는 이름의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외할머니댁인 그 작은 시골 마을에 오게 된 지히로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불화로 외할머니댁에 맡겨졌는데 그곳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미쓰바라는 이름의 학생과 친구가 된다. 조금 음침하다거나 이상한 낌새를 보이는 미쓰바지만 곧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미쓰바와 지히로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피해다니는 존재가 되는 듯하다.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한 탓인데 그것도 가명으로 사용한다거나 갑자기 마을에 거주하는 다른 이의 이름이 툭 튀어나온다거나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나름 메모하면서 읽다 보니 시간이 흘러 등장인물이 구분되어서 그 이후부터는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이름을 외우는 게 힘들 뿐 그 어려움 안에서도 이야기를 끊어 읽고 싶지 않을 만큼 긴장감이 있어서 좋았다.
읽으면서 '핑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조금 고급스러운 언어로 표현하자면 '자기합리화'인데 등장인물들이 전체적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자신의 행동을 남에게 전가시키는 듯하게 느껴졌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실행하기 전 계기부터 시작해 행동하는 이유까지도 상대방에게 탓을 돌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 지점이 참 불편했다. 사람이라는 게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는 하지만 전가시키는 게 맞나 싶었다. 스토리에서 흥미를 느낀 것과 별개로 마음이 찝찝했다.
그밖에도 출판사 소개나 다른 이야기에서는 등장하지는 않지만 마을 사람들의 존재나 특징이 미약하게나마 표현이 되어 있는데 그 지점이 생각보다 눈에 띄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움과 증오로부터 시작했고, 상대를 향한 질투와 시기로부터 완성이 되었다고 느껴졌다. 소설의 스토리는 극단적인 예시로서 등장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불쾌한 공감이 되었다.
어려웠지만 마음의 찌꺼기가 남는 작품이었다. 전작도 읽었던 게 수월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은 더욱 난이도가 배가 된 듯했다. 사회적인 이슈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에 화두를 던졌던 작품으로 느껴졌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