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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헬리 액튼 지음, 신승미 옮김 / 모모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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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는 앞으로 닥칠 일을 꿈에도 몰랐다. / p.17
이 책은 헬리 액튼의 장편소설이다. 단순하게 제목만 알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동명의 영화가 있고, 동명의 예능이 있어 나름 익숙하게 남아 있는 단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일 것이라는 직감적인 예감이 들었다. 그 두 단어가 주는 특유의 편안함이 있기에 기대하면서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프랭키라는 인물로, 좋은날에 정말로 어이없게 죽었다. 이성과 소개팅을 했으나, 안 좋은 결말을 맞이했고, 무작정 소개팅 자리를 피했으며, 가장 좋아하는 케밥을 먹으려다 길바닥에서 사망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세계로 들어오게 되어 기회를 얻게 된다. 프랭키의 이야기와 새로운 선택, 그리고 주어진 기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1월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독서하다 보니 목표 권수보다 훨씬 많이 읽었고, 2월이 되어서 거짓말처럼 집중력이 떨어졌다. 보통은 1일부터 책 한 권을 읽고 시작하는 편인데 이틀이 지나도 한 페이지조차 펴지 못할 정도로 책 읽기 힘들었다. 거기에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어서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제목만 보고 선택학 책이다 보니 줄거리를 예측할 수 없어서 중도에 하차하지는 않을지 고민이 많았다.
전반적으로는 우려와 다르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죽음 이후에 프랭크의 배경 자체가 현실성이 없어 허무맹랑하다 느껴졌지만 그것만 제외하고 본다면 너무나 흥미로웠다. 영미 소설 특유의 번역체도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영미권의 작품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던 터라 불편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읽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프랭크의 입장에 몰입이 되었다. 처음에는 프랭키가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구들은 연인과 결혼해 아이를 양육하는 등 보통 주어진 루트를 건너가고 있는 반면, 프랭크는 서른이 넘어서도 결혼은커녕 연애조차도 못한 독신이었다. 겉으로는 자의에 의해 독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친구들과 멀어진 이유를 그들의 선택에 돌린다는 점에서 이중적으로 보였다. 모든 일을 상황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렸다는 점이 조금 답답했다.
그러다 프랭크가 선택을 두려워하는 부분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이 되는 지점이었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다 보니 도전이라고 불릴만한 선택지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취업과 연애, 결혼, 출산, 양육 등이 모두 정해진 하나의 루트처럼 보이지만 각각 변수가 있기에 모든 부분에서 안정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기회를 받아들이는 프랭크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인생은 'BCD'로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B"irth와 "D"eath 사이에 수많은 "C"hoice'가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읽고 나니 이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변화가 싫거나 안 좋은 결과를 예상해 수많은 선택을 놓치면서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평탄한 삶을 위해 포기했던 것 역시도 하나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를 텐데 말이다. 읽는 내내 묘하게 용기를 주었던 작품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