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고 바라옵건대 안전가옥 FIC-PICK 7
김보영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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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아, 먹을 것이면 먹을 것답게 가만있거라. / p.12

이 책은 김보영 작가님 외 네 분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신 앤솔로지 작품집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김보영 작가님의 작품이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전에 작가님의 소설집이 어려우면서도 꽤 마음에 남았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설화나 역사를 주제로 묶은 작품들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가끔 구전 소설들을 읽거나 들을 때 흥미로웠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들이 기대가 되었다.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상상의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공통점을 가졌다. 김보영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백호, 이수현 작가님의 작품에는 용, 위래 작가님의 작품에는 맥, 김주영 작가님의 작품에는 진묘수, 이산화 작가님의 작품에는 곤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수가 등장했다. 이들과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 또는 사건들이 주된 이야기다.

읽는 내내 흥미롭게 읽었지만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교적 백호와 용은 익숙했지만 맥, 진묘수, 곤이라는 동물은 아예 처음 들었기에 머릿속으로 동물을 상상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익숙한 백호마저도 고구려 역사와 결합이 되다 보니 그동안 배웠던 역사적 지식을 꺼내느라 더디게 읽혀졌다. 지금까지 읽었던 안전가옥 FIC-PICK 시리즈 중에서 가장 고난이도의 작품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김주영 작가님의 <죽은 자의 영토>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무명으로 죽으면 저승사자가 될 인물이다. 그동안 저승사자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여성들도 저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할아버지께서는 이를 막고자 이름을 바꾸어 찾지 못하게 만든다. 무명은 슈퍼마켓에서 종종 끼니를 해결했는데 가게 주인이 진묘수였으며, 배달하던 중 굶고 있는 듯한 남자 아이 한 명을 보게 된다. 그 집에서는 무명이 배달한 피자를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그 번호로 걸려 온 전화에서는 보았던 남자 아이의 안부를 묻는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이야기보다 마지막에 그려진 모습이 너무 머릿속에 남아서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슈퍼마켓 주인 진묘수와 무명, 염라대왕의 아들인 연라가 한 자리에 모이는데 이 그림이 묘하게 예전에 보았던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꽤나 유명했던 영화로 '괴물'이라는 작품이었다. 그 장면에서 따뜻함을 느꼈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니 그 따스함이 전해졌다.

신수라는 고전 이야기를 주제로 했지만 SNS, 배달 등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 자주 이용되고 있는 단어나 소재들이 등장해 그 지점도 참 반가웠다. 이야기 자체는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상력의 한계로 이야기를 더 즐기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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