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이름은 산초가 좋겠다 안전가옥 쇼-트 23
가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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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름이 '살라오의 근성'이었던가. / p.12

이 책은 가언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신간이 나오면 항상 찾아서 읽는 출판사 시리즈의 책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르게 되었다. 물론, 모든 신간들이 기대에 충족되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작품들이기도 하고, 인생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작품들이 꽤 많았기에 이번에도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소설집에는 총 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살라오의 근성>이다. 작은 도시에 힘없는 노인 산티아고의 이야기이다. 그는 던전 앞을 지키고 있다. 84일이라는 시간에 몬스터도 잡지 못하면서 기약도 없이 기다리는 일에 대해 주변 인물들은 미련하게 보는 듯하다. 그런데 어느 날, 산티아고에게 큰 몬스터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몬스터와의 싸움, 그리고 마놀린이라는 이름의 친구와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은 <자네 이름은 산초가 좋겠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스킬명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인 소년에게는 '목표에 도달하는 자'라는 호칭이 달려 있다. 그는 우체부 소년으로 사람들의 물품들을 배달해 주는 일을 하는데 성 밖에 있는 곳으로 배달을 다녀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성 밖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이 퍼지는 와중에 걱정을 안고 나간 소년은 돈키호테라는 이름의 기사를 만나 함께 여정에 나선다.

세 번째 작품은 <어느 신사의 끝나지 않는 모험>이다. 주요 배경이 되는 탑이라는 곳의 중립 구역은 안전하다. 사람들 역시도 여유롭게 다니는 듯한데 그곳에 리폼 클럽이라는 모임이 있다. 주인공 포그 역시도 이 모임의 회원인데 하나의 신문 기사가 오르내리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던전을 돌아 가장 상위 층에 있는 생명나무에 가게 된다면 신기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는 기사였다. 포그는 내기를 통해 그곳을 도전하겠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하나같이 게임을 무대로 캐릭터의 이야기가 담긴 듯했다. 포션이나 던전, NPC 등 게임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흥미롭게 읽었고,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자주 했던 게임의 그래픽을 상상했는데 이 또한 이 작품의 매력처럼 다가왔다. 게임을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던 나에게도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는 측면에서 아마 게임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나서 각 소설이 고전 문학을 오마주했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사실 명작이라고 뽑히는 세 작품의 제목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읽지는 않았던 터라 게임을 주제로 했던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강렬하게 느껴졌다. 세 작품을 읽었더라면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풍부한 독서 감상을 남겼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은 아주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게임 안의 인물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세계의 자아처럼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묵묵하게 기회를 노렸던 산티아고를 통해 끈기를, 겁을 먹고 성 밖으로 나가는 일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우체부 소년에게 용기를 주었던 돈키호테를 통해 희망을,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도전 정신 하나로 내기에 참여한 포그 경을 통해 용기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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