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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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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난 여기 앉아 있다. 이유가 있단다, 아들아. 내 나름의 이유가. / p.12
이 책은 앤 그리핀의 장편소설이다. 띠지의 문구를 보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지금 나에게 소중한 이는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이가 많았는데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늘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중한 이들에게 잘하고 살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 종종 잊게 될 때가 많기에 마음을 다 잡고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모리스 씨이다. 모리스 씨는 2년 전에 아내를 잃었다. 혼자가 된 모리스 씨가 호텔 바 라운지에 앉아 건배를 하면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데 이 지점이 독백 같기도, 누군가에게 전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첫 번째 잔은 형 토니, 두 번째는 딸 몰리, 세 번째는 아내의 동생인 노린, 네 번째는 아들 케빈, 마지막은 부인 세이디. 다른 이름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한 사람이 쭉 이어가는 형태를 띄고 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으로서 읽는 내내 기분이 오락가락 요동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며, 모리스 씨의 감정에 동요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문체는 담담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그와 반면에 술술 읽혀져서 그 지점이 참 만족스러웠다.
읽는 내내 모리스 씨의 인생이 마치 필름의 파노라마처럼 쭉 스쳐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주의 일을 도와주는데 지주의 아들이 모리스 씨의 모습부터 시작해 현재 호텔 바에 앉아 외롭게 술을 마시는 모리스 씨의 모습까지 하나하나 너무 생생하게 그려졌다. 또한,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았다. 마치 멀리에서 모리스 씨를 바라보는 관전자의 입장이 된 듯했다.
책을 덮고 나니 '외로움'과 '후회'라는 감정이 남았다. 얼굴마저 보지 못한 상태에서 딸을 떠나 보내고, 아내마저 너무나 소리도 없이 떠난 자리에 남은 모리스 씨는 참 쓸쓸하게 느껴졌다. 혼자가 된 모리스 씨가 과거에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사건과 사람들을 떠올리는 게 외로움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모든 일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했던 행동으로부터 누군가의 송두리째 인생이 변화되었다는 점에서 후회를 하지는 않았을까.
모리스 씨의 감정에 공감했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그를 이해하기에는 나이의 격차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해한 것이 100퍼센트 맞을까. 모리스 씨의 그 풍파를 모두 그렸다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묻는다면 물음표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부모님 세대의 독자들에게는 더 크게 와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