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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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시간의 균열로 인하여 하이트 왕국 국민들에게 전격적인 관념의 비약이 생겼다. / p.9

이 책은 송시우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전작이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꽤 입소문을 탔다고 알고 있다. 후속작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작가님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자주 추천을 받았던 터라 기회가 된다면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다 이번에 나올 신작을 접하게 됐다. 아무래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다 보니 입문으로 기대가 됐다.

이 소설집에는 총 다섯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 두 작품은 고전 문학인 선녀와 나무꾼, 인어공주에서, 다른 세 작품은 현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법과 관련이 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전반적으로 너무 술술 읽혀져서 생각보다 빠르게 완독할 수 있었고,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정도로 흥미로웠다. 작가님의 센스가 너무나 느껴졌다.모든 작품들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던 것과 동시에 가볍게 읽기에도 좋았다.

전부 좋았지만 두 작품이 조금 더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 작품은 <인어의 소송>이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인어공주라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하이트 왕국의 맥스 왕자가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유력 용의자로 인어공주인 에일이 지목된다. 에일은 맥스 왕자가 가엾게 여겨 데리고 온 소녀이기도 하다. 목격자의 증언부터 상황들이 에일을 향하고 있지만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한다.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 싸움으로 휘말리는데 사건을 다시 하나하나 조합하면서 분위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독특해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다. 하이트 왕국의 맥스 왕자와 클라우드 공, 오비 왕국의 카스 공주, 그밖의 인물들 역시도 테라 시녀, 호프 시종 등 누가 봐도 맥주 브랜드와 종류로 지어졌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알코올로 인한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강력 범죄를 풍자하는 작품으로 작가님의 의도를 생각했다. 그러나 중반에 이르러 사건의 흐름이 바뀌면서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가 꽤 흥미로웠다.

두 번째 작품은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에는 회사원 임기숙이 등장한다. 신입 사원 추예나가 무단으로 결근하자 총무부인 임기숙과 해당 부서의 직원이 집에 찾아간다. 유명한 대학을 졸업해 나름 회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되었던 추예나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는데 그 과정에서 진상 직원으로 낙인이 찍혔기에 임기숙은 마음에 안 드는 듯하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이후 임기숙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더 결근할 것이며, 그동안의 특근 수당 112만 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남았다. 임기숙이었는데 그녀의 세심함과 관심이 좋게 느껴졌다. 키우는 강아지에게 월급의 상당 부분을 쏟아 지킬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특히, 추예나와 통화하는 중 생각했던 내용들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사실 관련이 없는 직원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 온다면 감정적으로 화가 나기 마련일 텐데 그와중에 추예나에게 처한 상황들을 파악해 위험으로부터 구해 주는 센스가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 부분이 참 부러웠다.

고전 작품 첫 장에 나오는 내용들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잘못 페이지를 펼쳤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또한, 최근 이슈들을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과 작가님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너무나 잘 맞았다. 책을 덮고 나니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하나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웠기에 종종 이야기가 그리워질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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