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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그게 모든 것의 끝이어야 했어. / p.16
이 책은 윌리엄 트레버의 장편소설이다. 한동안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그게 꼭 무슨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제목 자체도 궁금증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운명 안의 꼭두각시처럼 살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당연하지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다.
소설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곳에 윌리라는 이름의 남자가 등장한다. 어린 나이의 윌리는 부모님, 그리고 두 여동생과 함께 나름 행복하게 지낸 듯하다. 그러다 그 가족에게 불행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이는 군인들의 학살이었다. 무자비한 군인들에게 아버지와 여동생들을 잃고 어머니와 겨우 살아남게 된다. 목숨은 건졌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고모들과 사촌이 찾아와 아버지와 동생들을 잃어 힘들어하는 어린 윌리를 위로한다. 윌리는 찾아온 사촌 메리앤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불안정한 시대 안에서 마음을 키워가지만 그것 또한 그들에게는 다른 불행으로 끌고 가게 된다. 작품은 윌리와 사랑하는 연인 메리앤, 딸 이멜다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는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더디게 읽혀졌던 작품이다. 종교 간의 대립과 학살이 사건을 등장하는데 1900년대의 아일랜드 시대상을 반영하다 보니 역사를 모른다는 측면에서 어렵게 느껴졌다. 나름 메모를 하면서 하나씩 읽었고, 어느 정도 사건 자체가 눈에 들어오자 윌리나 메리앤 등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이야기들이 와닿았다. 아무래도 영미권 작품 자체를 자주 읽는 편이 아니기에 느껴졌던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가상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윌리의 삶이 너무 기구하다고 느껴졌다. 언급했던 가족의 죽음부터 정신적으로 아픈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이 있음에도 그것조차도 온전히 행복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인간에게 운명의 장난처럼 가혹하고 냉정한 운명들이 그저 답답했다. 아마 내가 윌리의 삶을 살아간다면 비관적으로 손을 놓지 않았을까. 이미 윌리의 어머니처럼 살아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는 생각처럼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비관적으로 손을 놓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사랑하는 메리앤과 딸 이멜다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되었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악순환이라는 그 안에서도 하루하루 살아남고자 했다. 그런 운명 안에서도 사랑 하나로 버티고 견디는 이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의심이었다. 아무래도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역사가 하나의 배경으로 등장한 작품이다 보니 다른 독자들에 비해 이해가 더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윌리와 메리앤, 등장인물들로부터 불안정하고도 비극적인 삶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 하나만큼은 강하게 와닿았으니 그 부분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