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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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돈을 버는 방법도 물려받지 못한다. / p.9

이 책은 정세진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제목이 마치 현실처럼 와닿아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뒤에 물음표가 붙는다면 일부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즈음 그런 일로 마음이 뒤숭숭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목 이외에 다른 정보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하게 된 책이어서 기대보다는 일상의 고민을 잊기 위해 읽게 되었다.

소설은 총 일곱 편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작품이 가장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첫 번째는 <죽어도 좋아>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응수라는 인물이다. 노총각이라고 불릴 정도의 나이에, 묘지 근처에서 꽃집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그런 응수에게 선애라는 인물이 찾아온다. 전 남편을 보러 온 선애는 응수의 가게에서 꽃을 구매한 것이다. 선애에게 첫눈에 반한 응수는 짝사랑을 시작하게 되는데 선애를 둘러싼 묘한 소문이 돈다. 전 남편들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현실성 있는 허무감이 크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사랑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상대에 대한 안 좋은 사실에 눈과 귀를 막고 열렬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런 면에서 응수라는 캐릭터가 겹쳐서 보였는데 선애의 전 남편들이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추진한다. 자신도 어떻게 보면 그렇게 전 남편이 될지도 모를 텐데 말이다. 응수의 생각이 크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결말을 읽고 나니 '뭐지?'라는 단어가 가장 크게 머릿속에 달렸다.

두 번째는 표제작인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이다. 스물일곱 살의 주인공은 아이돌 연습생을 꿈꾸던 사람이었다. 12년을 넘게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국 멤버들과 함께 보낸 숙소를 나왔다. 배달을 하면서 갑질을 당하면서 울기도 했고, 예전 숙소로 찾아온 아버지의 방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러던 중 주인공의 춤 실력을 알아본 어느 한 사람이 제안을 해 온다. 인기 아이돌 그룹 BTX 대신 모방 그룹의 춤을 가르쳐 주라는 것이다.

가장 공감이 되었단 작품이었다. 아이돌 그룹을 준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이의 혼란스러움과 함께 새로 하게 되는 일이 인기 아이돌 그룹을 모방하라는 게 참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춤을 가르쳐 주고 대신 무대에는 서지 않는 것으로 못을 박았는데 그 이유 또한 너무 이해가 됐다. 그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떠나 그동안 갈망했던 무대를 자신의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아류로서 이끌게 된다면 비참하고 답답하지 않을까. 청춘을 바쳐 노력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텐데 말이다.

전체적으로 뉴스나 매체로서 충분히 볼 법한 인물들 또는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환상의 세계처럼 결말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예를 들면, 구름 같은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일상에서 쉽게 구름을 볼 수 있지만 잡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초반에는 흥미로웠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묘하게 허무감이 들었다. 전체적으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작품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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