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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살인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이수은 옮김 / 창심소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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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야마 마사노리는 입술 끝이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 p.12
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표가 될 정도로 많이 보이는 이름은 아니다. 한 반에 한 명씩은 존재할 것 같은 이름이라고 할까. 학창 시절에는 성을 붙여서 부른다거나 각자의 특징을 붙여서 부르는 호칭을 더욱 많이 들었던 편이었다. 흔한 이름이 스트레스라기보다는 튀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심지어 성 조차도 너무나 흔한 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존재감이 없었다. 이름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없었던 듯하다.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유명한 작가님과 같은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한 성씨에 이름이니 없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많은 상상을 했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먼훗날에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 중 하나가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예명을 하나 정해야 하나 싶었다.
이 책은 시모무라 아쓰시의 장편소설이다. 주제 자체가 흥미로웠다. 살아가면서 동명이인을 많이 보고 들은 터라 별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이야기가 현실로 된다면 조금 끔찍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고, 느끼지 않았던 동명이인의 삶이 궁금했다. 무엇보다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추리 장르의 소설임에도 끌렸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시작은 한 남자가 여자 아이를 유괴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 유망주 축구 선수이지만 이름 하나로 미끄러진 한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은 오오야마 마사노리이다. 충분히 능력이 있어 감독님과 구두로 어느 정도 진전이 된 상태였지만 결국 감독님은 오오야마 마사노리가 아닌 다른 학교의 라이벌 학생을 선택한다. 당시 여자 아이를 유괴해 살인한 범인의 이름과 동명이인이라는 점에서 오오야마 마사노리는 이름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그밖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모여 그 남자를 복수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 느꼈던 감정 그대로 이어갔던 작품이었다. 마치 나의 이름이 극악무도한 살인자의 이름과 같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등장인물들의 애로사항이 피부로 와닿았다. 차라리 연기자 이름이었다면 그냥 놀림감 정도에서 끝났을 텐데 범죄자와 동명이인이다 보니 뜻하지 않게 오해를 받는 일이 많이 생겼고, 놀림을 받는 것을 떠나 인격적으로 동일시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했었다. 어떤 친구는 심지어 따돌림을 당하는 이야기로까지 이어져서 읽는 내내 스토리의 흥미로움과 반대로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그러다 중반에 이르러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고, 그게 결과와 관련성이 없음에도 범죄자의 이름 때문에 면접에서 떨어지고, 따돌림을 당하고, 더 나은 미래에서 멀어졌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너무 이름에만 매몰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면서 소설의 주인공들과 심리적 거리감을 느꼈다. 대중의 지탄을 받는 사람과 동명이인이라고 해서 모든 그 사람들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각자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이 존재하지 않았나 싶다.
현실적으로 하나 연결고리를 찾자면 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생각이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무조건 찬성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오히려 매체에서 나오는 애매한 정보로 다른 사람을 오해할 수 있고,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에 대한 정보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러한 신상정보 공개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부나 경찰에서 신상정보를 신중하게 여기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큰 이유는 범죄자의 인권 보호이겠지만 이 점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여러 모로 참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 읽어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들이어서 특징을 붙여 설명해 주는 내용들이 초반에는 헷갈렸는데 몰입되어 읽다 보니 이것조차도 나름의 읽는 즐거움이었다. 보통 인물이 많아 헷갈리는 경우들은 많았는데 동명이인이었던 것은 처음이라 재미있기도 했었다. 어느새 범죄자 찾기가 뒷전으로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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