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수명 시네마
노유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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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멘트에 따라 명인은 K-87 구역으로 향했다. / p.10

누군가 기대 수명을 알려 준다면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듣겠다고 할 것이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편이기도 하고, 차라리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의 수명을 미리 안다면 그때까지의 삶의 플랜을 누구보다 잘 계획할 자신이 있다. 그리고 때에 맞추어 삶과 이별할 준비도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다.

이 책은 노유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눈에 띈 책이다. 기대 수명을 알려 주는 영화 이야기라는 나름의 예상을 했다. 그러다 띠지를 보고 더욱 큰 흥미가 생겼다. 가장 크게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지금의 직업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과 새로운 직종을 찾아 떠나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기에 공감이 될 듯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11년차 배우인 송세린이라는 인물이다. 무명 배우로 살고 있는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극단에서 자신의 후배에게 역할을 빼앗기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그만둔다고 통보하고 나온다. 그러다 기대 수명 시네마라는 곳을 알게 된다. 그곳은 직업의 예상 수명을 알 수 있으며, 직업 데이터를 활용해 영화로 만드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세린은 배우로서의 자신의 수명이 0년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순간 오기가 생긴 세린은 기대 수명 시네마의 재연 배우로서 살아가기로 한다. 기대 수명을 채우지 못한 이들의 직업들을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세린은 그동안 몰랐던 비밀과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관통했다. 소재 자체인 직업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과학자를, 학창시절에는 방송계의 일을, 대학교에 이르러 지금의 직종을 생각했는데 직업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직업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금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과 맞물려 많은 공감이 되었다. 그런데 아마 세린의 입장에서 나의 직업 기대 수명이 0년이라면 지금이라도 빨리 미련 없이 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사실 소재 자체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의 삶 수명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종종 보았는데 직업에 대한 수명은 처음이었다. 직업에 대해 단편적으로 흘러갈 줄 알았는데 그 안에서 인생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고, 나의 직업 역시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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