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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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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 p.133
고통이라는 자체를 너무나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편안함이나 안정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고통이라는 것은 정반대의 단어처럼 느껴졌다. 작은 고통조차도 견디기를 힘들어했다. 사실 주사 하나 맞는 것도 싫어하는 편이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생각하고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힘들어도 어떻게든 참고 버틴다. 또한, 일하다 보면 심적으로 느끼는 부담감이나 고통도 기다리게 된다. 어쩌면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정보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님의 단편소설이 부커상 최종 후보로 올랐는데 당시에 읽을까 하다가 호불호가 너무 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가장 친한 지인은 나의 독서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읽지 않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다 이번 신작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그 단편소설도 읽을 생각으로 고르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태라는 인물로 느껴졌다. 어머니는 태와 태의 형인 한을 데리고 어느 한 종교 단체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이단으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태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했고, 한은 반대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발견한 정보를 따라해 결국은 사망하게 되었다.
종교 단체뿐만 아니라 하나의 제약 회사도 등장한다. 그곳에서는 테러 사건이 일어난 것도 모자라 사람이 죽기도 한다. 이를 뒤쫓는 륜이라는 이름의 형사는12년 전의 테러 사건 가해자인 태를 찾았다. 전체적으로 종교 단체를 둘러싼 이야기, 제조 회사의 내용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참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한국 작품들을 자주 읽었지만 이렇게 등장 인물에서 괴리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인물이 많은 것도 모자라 이름 자체도 헷갈렸다. 그러나 적응이 되면서 이야기에 급속도로 몰입됨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선 구성과 관련이 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등장 인물의 이름이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담당 형사의 이름은 륜이며,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이름이 하나같이 외자로 끝났다. 그것도 륜, 현, 경, 태 등 현실적으로 드문 이름이었는데 한자어라는 점에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통을 느끼는 게 비정상적으로 느끼는 소설 안의 사회에서 오히려 시재에 역행하는 교리라는 점이 신기했다. 고통이라는 게 단순하게 신체에 해를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을 잃은 정신적인 고통과 죄책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고통 자체를 겪고 싶지 않았고, 그를 느끼지 못한 사회를 종종 꿈꾸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중후반부에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게 생존에 필요하다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공감이 되기도 했다. 고통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느껴야만 하는, 어쩌면 그게 필요한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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