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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경성에서 처음 문을 연 서양요리점은 어디였을까? / p.24
맛집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기다려서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해도 그 맛이 비슷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기도 하다. 굳이 맛집보다는 그냥 바로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가는 편이다. 나름 지역에 대한 자부심일지도 모르겠다. 사는 곳은 어디를 가도 절반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맛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맛집을 찾아서 다닌 적은 삼십이 넘는 지금까지도 없는 듯하다.
이 책은 박현수 선생님의 역사학 도서이다. 맛집이라는 내용보다는 경성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 듯해서 고르게 된 책이다. 사실 그 시대의 감성들을 드라마나 사진을 통해 자주 접했는데 그게 참 좋은 쪽으로 와닿았다. 과거와 현대가 함께 있는 시기라고 할까. 책으로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더불어, 경성과 맛집은 크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던 것도 있다.
책은 크게 본정, 종로, 장곡천정과 황금정이라는 세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총 열 곳의 경성 식당을 소개해 주고 있으며, 문학 작품과 사진으로 식당의 분위기나 당시 경성의 상황 등을 이야기한다. 전체적으로 모르는 부분들이 많다 보니 흥미롭게 읽혀졌으며, 몰랐던 역사들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첫 번째는 식당의 메뉴이다. 조선음식점으로 불리는 화신백화점 식당과 설렁탕 가게 이문식당 등 우리 고유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일본식이나 서양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화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문물들이 들어왔다는 점과 그 당시에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두 번째는 빈부격차이다. 상대적으로 고급 요리를 대접하는 식당들의 메뉴는 값어치가 있었다. 보통 세트 메뉴가 2원, 1원 50전 정도였는데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 보면 12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당시 서민들이 받는 월급이 1원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답답하게 와닿았다. 그래서 이런 요리를 먹는 사람들은 대한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거나 그와 비슷한 류의 부자들일 것이다. 그들만의 세상처럼 보여졌다. 그밖에도 식당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흥미롭게 읽혀졌다.
아마 경성의 역사만 드러나는 책이었다면 읽기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자세하게 드러난 지도와 사진 자료들, 그리고 문학 작품, 친숙한 맛집이라는 소재로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맛집 자체에 큰 관심이 없지만 이상하게 여기에 등장한 맛집들은 궁금했다. 그만큼 생생하게 와닿았다. 가능하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경성에서 느끼고 싶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