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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8월
평점 :

반드시 이긴다. / p.10
예전에는 공중파에서 백 명의 일반인과 한 사람이 대결을 벌이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시간을 기다려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저녁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는데 가족과 그걸로 참 많은 내기를 했었다. 주관식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보기가 세 개라는 점에서 선택하기 좋았고, 지루한 일상에 나름 만족스러움을 주었다. 더불어, 정답률이 좋으면 간식을 사서 먹을 수 있는 용돈까지도 꽤 짭짤하게 들어왔었다.
이 책은 오가와 사토시의 장편소설이다. 내용이 참 흥미로웠다. 문제를 듣지 않고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 퀴즈쇼에서 문제가 끝나기도 전에 정답을 맞혀서 우승을 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학창시절에 지문을 읽지 않고 문제를 풀었던 경험이 꽤 많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보여졌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시마 레오라는 인물이다. 중학교 때 퀴즈 관련 동아리를 들어가게 되면서 퀴즈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한 지금까지도 퀴즈를 좋아한다. 단순하게 좋아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퀴즈에 열광하는데 여러 퀴즈쇼에 나가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Q-1 그랑프리에 나가 결승전에 올라오게 되었다. 상대는 유명한 대학교를 다닌 연예인 혼조 기즈나이다. 나름 똑똑함은 증명이 된 듯하지만 미시마 레오만큼 퀴즈 마니아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승전에서 앞서고 있던 미시마 레오는 마지막 문제를 허무하게 혼조 기즈나에게 내주어 우승을 놓친다. 첫 마디가 나오기도 전에 바로 맞힌 혼조 기즈나. 방송국과 혼조 기즈나가 협의해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품게 되고, 그동안 퀴즈 프로그램에 나왔던 혼조 기즈나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는 등 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이 사건에 대해 풀어내며, 미시마 레오와 혼조 기즈나가 살아온 과거도 함께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인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지적인 분위기이다. 아무래도 소재가 퀴즈이다 보니 다양한 문제가 등장하는데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삼대 학술지에 대한 문제, 사건의 지평선 문제 등 그동안 잘 몰랐던 상식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퀴즈를 맞히는 게 가지고 있는 정보에서뿐만 아니라 퀴즈 출제자의 발음을 유추해 답을 해결하는 등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있었다면 일본 세탁소에 대한 문제라든지, 출제자 발음 등이 더욱 재미있게 와닿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인간의 삶이다. 미시마 레오는 퀴즈에 인생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직장을 선택하는 조건부터가 퀴즈쇼를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지 여부가 걸린다.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퀴즈를 던져 사유하고, 퀴즈에 자신의 인생을 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몰입이 되었다. 퀴즈를 가깝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퀴즈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듯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게 곧 하나의 퀴즈인 듯했다. 나 역시도 읽는 내내 나의 퀴즈를 생각했었던 것 같다.
작은 판형에 페이지 수도 적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스토리 자체가 너무 흥미로워서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단순하게 퀴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그냥 퀴즈 문제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우승을 한 이유를 파헤치기만 했다면 여느 추리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퀴즈라는 수단을 통해 삶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어서 생각보다 큰 여운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