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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이 바다에 닿으면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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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눈에는 할아버지가 뭐로 보였을까. / p.13
전공과 지금의 업무를 선택하게 된 일은 중학교 때 보았던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된다. 배우 김혜자 선생님께서 집필하신 하나의 에세이인데 당시 개발도상국에서 봉사를 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이러한 인물이 되고 싶다는 작은 꿈을 하나 가지게 되었고, 사회복지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그때 당시의 꿈처럼 지금 이렇게 이루면서 살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하승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안전가옥 시리즈로 처음 보게 되었던 작품이 있었는데 유행이었던 코인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코인에 관심이 없다 보니 이해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재미만 따지자면 안성맞춤인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이 들어 다른 호기심이 생겼다. 거기에 나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물과 NGO가 등장한 소설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소설은 조성원 박사의 울성으로 가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조성원 박사는 동물과 인간이 교감하는 커뮤니케이터라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지만 문제가 있어 지지부진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일본의 유코 박사의 제안으로 울성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언어를 알아듣는 고래 이드를 만난다. 이드가 구사하고 있는 언어는 한국어가 아닌 티베트어였고, 이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해석하기 위해 지인인 NGO 단체 직원 현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현지 역시 티베트에서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돌마라는 이름의 아이를 만난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인권에 관한 부분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인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읽는 내내 여운이 오래 남았다. 특히, 소설의 인물인 현지의 이야기를 보면서 더욱 깊이 와닿았는데 사람들의 욕망으로부터 시작된 세계 안의 불행의 씨앗들이 참 안타깝게 그려졌다. 티베트의 사람들은 억압당하고, 인도로 건너가기 위해 목숨을 건다. 그렇게 여정을 떠나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그 땅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가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는 의미는 아닐까. 어떻게 보면 욕구는 자연스러운 본능이겠지만 그게 또 다른 누군가를 억압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로 남는다.
두 번째는 동물과의 소통이자 언어이다. 사실 예전부터 동물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한 적이 있었다. 보통 반려견의 마음을 모를 때 생각하던 부분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더 큰 차원으로 와닿았다. 단순하게 마음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들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작품에서 인간과 동물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언어다. 언어가 기본이 되어 소통을 했고, 서로에게 무언가의 큰 영향을 주고받았다. 동물과 인간이 서로의 생각을 읽고 대화할 수 있다면 자행되는 불법적인 학대와 포획이 줄어들 것이며, 서로에게 동반자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언어와 소통의 중요성, 인간의 탐욕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예상처럼 전작과는 조금 다른 결의 느낌이 주었다. 현실감과 미래 사이에서, 그리고 그동안 믿었던 생각들이 한층 더 두껍게 쌓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스토리 자체로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지만 책장만큼은 더디게 읽혔다. 아마 이는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소통과 언어, 더 나아가 인간과 동물의 함께 살아가는 방법으로까지 확대시켜 생각할 수 있었던 소설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