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잘것없는 내 인생극의 최종회. / p.9

죽음의 문턱에서 은인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가진 작품들을 종종 읽었다. 보통 많이 힘들고 지칠 때보다는 나름 여유로울 때 그런 작품들을 찾게 되는데 아마 전자의 경우에는 더욱 우울의 늪으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어 조금 거리를 두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적당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가리지 않고 찾는다.

이 책은 루하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일적으로는 힘들기는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렇게 평안할 때가 없는 듯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할 기회가 많은데 그러다 찾게 된 책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죽음에 이르렀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에 참고하기 위해 몰두하는 중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안이라는 인물이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가족 하나 없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유일한 피붙이인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이후 자살을 결심한다. 행동에 옮기는 순간 갑자기 할아버지라고 주장하는 한 노신사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노신사는 이안이 말하지 않은 정보까지 전부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문현남이라고 했다.

문현남은 이안에게 돈이 필요하다면 3일 안에 다시 찾아올 것을 말한다.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할아버지에 대한 유언을 남긴 적이 있는데 이를 떠올린 이안은 결국 문현남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묘연이라는 인물을 만난다. 묘연은 낮에는 사람, 밤에는 고양이로 살아가는데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안은 묘연의 보필하는 업무를 맡게 되고, 그 과정에서 죽음을 결심하는 이들을 마주한다.

전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안의 설정 자체부터 익히 들었던 가정환경이었다. 특히, 혼자 스스로 살아가는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편이다 보니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죽음의 이유 역시도 그렇게까지 가까운 내 친구나 주변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현실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반대로 묘연이라는 캐릭터는 판타지 요소로 다가왔는데 루인이라는 설정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으로 이들이 죽음의 순간에 흘리는 후회의 눈물을 모으는 이안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특별한 능력으로 이들의 죽음을 막는다거나 허무맹랑하게 생각이 변화되는 것이 아닌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지점이 가장 현실감으로 다가와 몰입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취업이 되지 않거나 사회생활에서 받은 부조리한 일들로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사건들을 종종 접한다. 사는 일이 워낙에 팍팍하기에,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라는 것을 체감하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느낀다.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마치 내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공감이 되면서도 많은 위안이 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