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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유령 ㅣ 앤드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앤드)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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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는 왜 살인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 p.9
이 책은 메타버스를 주제로 한 앤솔로지 단편집이다. 네 분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셨는데 두 분의 작가님을 보자마자 바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곽재식 작가님과 박서련 작가님이신데 올해만 보더라도 두 작가님의 책을 합쳐서 한 열 권은 읽은 듯하다. 그런데 다 만족스러웠다는 점에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조금 어렵고, 아직까지도 어색하다. 그렇다 보니 작가님들을 믿고 읽은 책이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고스란히 읽는 내내 느껴졌던 작품들이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이유로 읽는 시간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디게 느껴졌다. 작가님들의 상상력을 뛰어넘을만한 수준에 이르지 않아 전반적으로는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 편의 작품 중에서는 곽재식 작가님의 <메타 갑>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김 박사라는 인물로 다짜고짜 살인을 결심했다는 문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차세대그래픽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의 박 부장이 김 박사에게 부탁을 하게 되는데 계약서를 작성한 공식적인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김 박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고민했지만 오히려 공공기관에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이를 수락한다.
가장 인상적인 이유는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목을 가장 잘 지었고, 그게 스토리 그대로 표현이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박사가 답답하기도 했지만 천사라고 느껴졌는데 두 회사 간의 계약서 이행 여부를 떠나 박 부장의 언행은 그야말로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더 웃겼던 점은 이게 생각보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다. 메타버스에서 현실을 이렇게 경험하게 될 줄 몰랐다.
그밖에도 메타버스로 범죄자를 처형하는 김상균 작가님의 <시시포스와 포르>라는 작품에서는 시지프 신화와 결합된 이야기도 시선을 끌었다. 사실 시지프 신화가 어렵다고 생각했고, 카뮈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이해하는 게 어려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움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막상 이를 활자로 보니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윗 계급에 위치한 이들의 행동의 이중성 또한 너무나 잘 느껴졌다.
박서련 작가님의 <엑소더스>와 표국청 작가님의 <목소리와 캐치볼>도 흥미로웠다. 한때 크게 유행이 되었던 코인에 대한 이야기, 현실 세계와 또 멀리 떨어져 있는 메타버스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등 상상력이 동반된 깊은 생각들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낯선 주제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는 감안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동안 멀리 했었던 메타버스의 재미를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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