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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마을에서
사노 히로미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8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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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닮았다고 생각했을 뿐, 딸일 리는 없다. / p.7
이 책은 사노 히로미의 장편소설이다. 한동안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을 골라서 읽었는데 그만큼 관심도가 바뀌어 다른 소재의 작품들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또 스릴러 장르가 끌리기 시작해 찾아 보니 선택하게 된 책이다. 단순한 장르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충분히 공감이 될 수 있을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이와타라는 이름의 변호사에게 친구의 딸이었던 미카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미카는 보육원에서 자랐는데 가족들이 갑자기 실종되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게 이와타를 찾아 가족의 행방을 수소문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와타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마사키에게 이를 부탁한다. 마사키는 이와타의 이야기를 듣고 미카를 찾으러 과거에 살던 집으로 향하는데 그 마을은 범죄가 없는 동네라는 타이틀을 들고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읽는 내내 미카의 감정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는데 그만큼 몰입하게 되었다. 페이지 수는 대략 400 페이지 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종의 이유로부터 마을의 비밀까지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하기에 참으로 흥미로웠다.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와 함께 많은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마사키의 사연이다. 마사키는 딸을 두고 있었는데 딸이 괴롭힘의 주동자로 몰려 자살을 하게 된다. 또한,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브레이크 결함이 발생되었음에도 이를 묵인한다. 마을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마사키의 과거와 맞물려 비교를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학교와 회사, 마을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했던 이들이 부정한 현실에 타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마을의 특수성이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종종 보이는 듯하다. 좋게 영향을 받는다면 마을의 고유 문화겠지만 안 좋게 발현이 된다면 딱 이 작품의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너무 유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마을에 입주 조건을 저렇게 걸고 있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에서 집값이 높거나 학구열이 높은 몇몇 동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마을 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두고 동네의 평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덮는 등의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생각할 문제인 듯하다.
현실감이 주는 공포도 참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족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미카에게 가장 이입이 되었고, 모종의 사건으로 자녀를 잃은 마사키의 상황도 이해가 되었으며, 마을의 불순한 의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마음에 남았다. 이게 피부로 확실하게 와닿다 보니 다른 차원의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라는 지점에서 큰 만족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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