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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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무도 알 리 없는 나 자신을 이해해 준다. / p.14

영화와 소설로 크게 흥행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작품이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꽤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피부로 와닿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에도 상위권을 차지했었고, 독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언급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제목이 주는 거리감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던 그 시기에도,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 작품은 아직 읽어 보지 못했다. 읽은 독자들의 평을 들으니 꽤 감동적이라고 했다.

이 책은 스미노 요루의 장편소설이다. 서두에 언급한 작품의 작가의 신작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의 제목도 심상치 않다.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온다는 게 너무나 사실적이고도 직관적으로 느껴져서 처음에는 뭔가 제목이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이 되는 듯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전작을 읽지 않았기에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신작부터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처음에 등장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아카네라는 학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행한 서사를 가진 인물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흔히 전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교우 관계 좋고,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는 아카네에게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점이 하나 있다.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누르고 살아가고 있다.

혼자 이러한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살아가고 있는 아카네는 하나의 책을 읽는다.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소녀의 행진'이라는 책인데 누구도 몰라 주는 마음을 그 책은 알아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을 좋아하듯 그 책에게 몰입을 하는데 그것도 모자라 그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라는 인물과 이름과 성격이 비슷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아카네는 그런 아이에게 빠진다. 그밖에도 책이 영화로 만들어질 때 등장하는 주제곡을 불렀던 아이돌과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는 착각이 들었다. 아카네는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표현하지만 당시의 감정을 이에 대입해 보자면 친구들에게 미움이나 버림을 받지 않기 위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넓은 차원에서 보면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 청소년기에 한번쯤 고민을 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추억을 소환하게 만들었다. 500가 넘는 페이지 수임에도 그때 감정에 푹 빠져 읽다 보니 금방 완독을 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삼십 대가 넘은 지금 책을 읽고 보니 아카네가 그렇게까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제어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사람이라고 하면 누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 텐데 말이다. 어떻게 보면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욕구가 강한 모습이 자신의 본래 성향이라면 그것을 굳이 숨기면서까지 스스로를 포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돌이켜 보면 청소년기의 내가 지금 이 생각을 조언했다면 귀에 안 들어왔겠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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