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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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그 찰나의 만남으로 사랑에 빠진 것이다. / p.16

이 책은 마치다 소노코의 장편소설이다. 올해 봄에 전편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여름에 재독을 한다면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배경부터가 여름을 떠올리게 했으며, 배경 자체도 한적한 바닷가가 있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인 딱 지금 시기에 다시 펼칠까 고민을 하던 중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읽게 되었다.

전작과 배경이나 인물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페로몬으로 팬클럽을 이끌고 다니는 점장 시바부터 조금은 다른 외모를 지닌 듯하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는 쓰기가 등장하고, 평화로운 모지항의 텐더니스 편의점을 무대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해결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작이 워낙에 흥미로웠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이를 충족해 주었다. 시바와 쓰기, 빨강 할아버지 등 다시 보는 인물들이 참 반가웠다. 거기에 주요 인물들은 조금씩 바뀌었는데 이 지점은 새로웠다. 첫 번째 시리즈가 인물 각자가 가진 꿈이나 성장이라는 개인적인 고민에 집중했다면 두 번째 등장하는 인물들은 더 넓은 차원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작에서도 사람 사이의 고민들을 다루기는 했지만 이번 작품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듯했다.

세 명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그 중에서도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를 다룬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고찰을>이라는 내용이 가장 인상 깊게 와닿았다. 남자 친구와 이별하게 된 고등학생 시노는 얼마 전부터 할머니와 함께 같이 살고 있다. 늘 방에서 조용히 지내던 할머니께서 어느 날부터인가 꾸미기 시작한다. 이를 본 시노의 부모님께서는 이웃들의 소문을 걱정해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지만 할머니께서는 이를 거절한다. 시노는 우연히 텐더니스 편의점에 있는 할머니를 보게 된다. 갑자기 변한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유대를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할머니와 손녀의 깊은 감정의 끈이 느껴졌다. 부모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시노의 속마음을 할머니께서 알아 주시고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는 점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아마 이는 사랑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내 흐뭇했지만 그와 반대로 보수적이면서도 강압적인 부모님의 태도는 조금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왜 그렇게까지 가족들의 자유를 억압해야만 했을까. 물론, 타인의 시선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게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요 몇 년 사이에 불고 있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트로트 가수들이 떠올랐다.

그밖에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전 여자 친구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아르바이트생, 타인을 사랑하지 못해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이야기도 현대 사회에서 많은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주제로만 놓고 본다면 보통 연인 관계의 사랑만 떠올리는데 가족 간의 사랑과 스스로를 향한 사랑, 타인을 향한 사랑 등 더욱 큰 차원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주어서 이 지점이 참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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