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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 ㅣ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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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포기해야 할까 봐. / p.18
이 책은 일상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앤솔로지 작품집이다. 기담괴설 사건집이라는 소설집을 읽고 괜찮아서 바로 읽기 시작한 작품이다. 기담과 일상 중 고르자면 후자에 더욱 호기심이 들고, 또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걱정이나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시리즈를 읽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집 역시도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기담을 다룬 소설집도 그렇게까지 허구의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유독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기담이 귀신이 사건을 만들었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여기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사람들이 사건들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일상신비라는 주제에 딱 어울리는 사건들이었고, 그게 참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그린레보 작가님의 <내 세상의 챔피언>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작품의 주인공은 두 자매이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해서 서울로 대학을 갔고, 대기업에 입사까지 했던 언니와 허실시에서 대학까지 나와 변변한 직업이 없는 듯한 동생은 어머니의 건물의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그곳에 자주 오는 단골 손님 중 홍만석이라는 이름의 노인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달가워하지 않는 유형의 손님이다. 가끔 뒷주머니에 돈을 꽂아 주는 것 정도만 괜찮다. 어느 날, 홍만석이 카페를 나와 집으로 가던 중 공중전화박스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다. 홍만석은 자신을 해하려는 사건이라고 말하면서 총명한 언니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다. 자매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래도 똑같은 형제자매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보니 더욱 감정적으로 이입해서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사실 첫째이기 때문에 동생보다는 언니의 입장에서 이를 읽었다.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니 동생 입장에서 이해가 되는 듯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언니처럼 서울로 대학을 간다거나 대기업에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동생이라면 나에 대해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성인이 되어 같이 술을 마시면서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말을 보면서 언니의 행동이나 동생의 감정, 자매의 피가 섞인 연대가 더욱 와닿았다.
역시나 허구와 사실을 넘나든다는 뜻을 가진 도시인 허실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도시가 주는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들로 이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술술 읽혀졌고, 가볍게 읽기에도 좋았다. 그러나 기담괴설과는 다르게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주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인간의 군상은 소설이나 현실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